MBC '해를 품은 달'의 젊은 왕 이훤은 어떻게 안방극장을 미혹했을까?
시청률 40% 고지를 목전에 둔 '해품달' 신드롬의 일등공신을 꼽는다면 단연 김수현이다. 김수현이 아닌 이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김수현의 캐릭터 장악력은 탁월하다. 연인을 향한 이훤의 아픔과 그리움이 커질수록 시청자들의 '김수훤 앓이'도 날로 깊어지지만, '본방사수' 외엔 별다른 특효약도 없는 상태다. '해품달=김수현'으로 통하는 '김수현 신드롬'은 새로운 '연기 아이돌'의 탄생과 성장을 예감케 한다.
될성부른 떡잎, 아역 인기의 원조
김수현의 아역 여진구를 두고 시청자들이 "중학교 3학년에게 이렇게 떨려도 되냐"고 했던 것 이전에, 김수현도 같은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주인공의 수영부 친구 역할로 나왔던 데뷔작 '김치 치즈 스마일' 이후, 드라마 '정글피쉬 1'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는 지금의 '김수현 신드롬'을 만든 예고편이었다.
'크리스마스…'는 고수의 군제대 복귀작이란 사실 못지않게 '리틀 고수' 김수현의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단 2회 출연이었지만, 어린 차강진의 우수에 찬 눈빛은 고수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었다. '될성부른 나무'의 싹을 이때부터 알아챈 이들도 꽤 많다.
'자이언트'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후 '절대 악' 조필연과 대적하는 어린 성모의 분노 연기는 대선배 정보석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배짱이 돋보였다. 김수현의 이름 뒤에는 곧바로 '명품연기' '명품아역'이란 수식어가 달리기 시작했다. 김수현의 열연이 드라마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어찌 보면 '아역 신드롬'의 원조였던 셈이다.
'드림하이', 연기 아이돌의 탄생
대중들에게 김수현의 존재감을 새긴 건 역시 '드림하이'였다.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만큼, 초반엔 택연 우영 수지 은정 등 아이돌 스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전세가 역전됐다. 시청자들은 "김수현 혼자만 연기를 한다"며 '삼동앓이'에 푹 빠져들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입에 밴 경상도 사투리를 습관처럼 쓸 정도로 생활 자체를 연기에 몰입시킨 열정, 그리고 춤과 노래를 배우기 위해 3개월간 JYP 연습생으로 트레이닝 받으며 땀과 노력을 쏟은 결과였다. '연기 아이돌'은 그렇게 오로지 노력을 통해 탄생했다.
김수현을 뒤따르는 이슈도 아이돌의 그것 이상이었다. 네티즌들은 합심해서 '신상털기'에 나선 듯이, 김수현의 학창시절 졸업사진부터 록밴드 보컬 출신인 아버지의 이력, 대학 친구들과의 일화, CF 출연 모습, 온갖 과거 사진들을 찾아냈고 연일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김수현의 과거 출연작품을 다시 찾아보기에도 열을 올렸다. 이같은 상황은 지금 '해를 품은 달'에서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첫 성인 연기, 정통 멜로도 거뜬
처음으로 교복을 벗은 김수현은 남자로 돌아왔다. 드라마 시작 전엔 첫 성인연기에다 첫 사극이란 것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적잖이 있었다. 초반에 아역들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성인 연기자들에게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밝았던 세자 시절과 달리 '다크'하고 고독한 왕은 자신만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곧바로 시청자들을 홀렸다.
'해를 품은 달'은 배경만 과거이고 틀만 사극일 뿐, 현대극으로 치면 정통 멜로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김수현은 어느새 멜로 드라마의 무게를 거뜬히 감당할 만큼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선배 한가인과의 로맨스를 리드하는 것도 김수현의 몫이다. 이를 위해 김수현은 집에 거의 못들어가다시피 밤을 새워 촬영하는 중에도 틈틈이 혼자 연기를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 드라마가 끝나면 김수현의 첫 영화 '도둑들'도 개봉을 대기하고 있다. 마카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도둑들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선 전지현과의 로맨스도 있다. 김수현은 어느새 이렇게 훌쩍 성장한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서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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