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밤이다. 현실적으로 8강에 오를 가능성은 낮다." 아스널 아르센 벵거 감독의 탄식이다.
아스널이 16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C밀란(이탈리아)과의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0대4로 대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8강에 오르기 위해선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5골차로 승리해야 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힘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꿈의 무대'에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08년 맨유가 유럽을 제패한 후 우승컵(2009, 2011년·바르셀로나·스페인, 2010년·인터 밀란·이탈리아)을 거머쥐는데 실패했지만 적어도 8강 무대까지는 EPL 세상이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출전한 4팀이 모두 16강에 오른 가운데 3팀이 8강에 살아남았다. 2009~2010시즌에도 2팀이 8강 무대를 누볐다.
하지만 올시즌 EPL은 추락의 연속이다. 우승 후보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가 32강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스널은 8강행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첼시는 21일 비교적 약체인 CSKA모스크바(러시아)와 16강 1차전을 치르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팀 상황이 말이 아니다. 첼시는 최근 정규리그 4경기 무승(3무1패)을 기록하며 5위로 떨어졌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하던 EPL이 왜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것일까. 유럽 축구 주기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80년대 독일, 1990년대 이탈리아가 강세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페인과 EPL이 양분했다. EPL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젊은피가 이탈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 파브레가스(25) 등이 EPL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옮겼다. 전성기를 이끌던 기존의 주축들은 노쇄했다. 각 팀의 전력도 춤을 춘다. 맨시티는 경험 부족, 맨유는 부상병동으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첼시는 세대교체 실패, 아스널은 주축 선수가 이적해 전력이 약화됐다.
상대의 견제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수년간 EPL이 유럽챔피언스리그를 좌지우지하자 상대는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EPL팀에는 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현대 축구의 흐름과도 꿰를 함께한다. 압박과 스피드로 중무장한 EPL식 전술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 자리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기술 축구가 메우고 있다.
유럽챔피언스리그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무대다. 하지만 선택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PL은 전환점에 섰다. 탈출구가 필요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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