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프로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는 경기조작은 승부조작과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는 '1회초 상대 선발투수가 볼넷을 허용할 것인가', '1회초 선두타자가 볼넷을 고를 것인가' 등 세부적인 상황만을 놓고 베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승패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 팬들이 혼돈해서는 안되는게 바로 승부조작과 경기조작이다. 야구는 한 두 명의 소수 인원을 가지고는 승패를 결정짓기 어렵다. 승부 자체를 조작하려면 적어도 5~6명 이상을 집단적으로 매수하거나, 아니면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감독을 접촉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에서 '승부조작'이 된 경우도 있다. 지난 80년대 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던 피트 로즈의 도박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피트 로즈는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신시내티 레즈 감독을 역임했다. 그가 자신이 지휘봉을 쥐고 있던 신시내티의 경기를 대상으로 도박을 벌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결국 1989년 도박 사실이 들통나 메이저리그사무국으로부터 영구제명 조치를 받았고, 그 징계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 피트 로즈의 승부조작 혐의를 처음 보도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로즈는 1987년 52개의 신시내티 경기를 놓고 도박을 벌였다. 로즈는 신시내티가 패할 것이라는 쪽에 베팅을 했으며, 주자들과 수비수들의 위치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신시내티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19년 조 잭슨 등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7~8명이 신시내티와의 월드시리즈 때 수비에서 일부러 실수를 한 것과 비교하면 조작의 주체가 다를 뿐 '이기기 게임'이 아닌 '져주기 게임'으로 베팅을 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다만 감독으로서 경기를 주도적으로 컨트롤했다는 점이 화이트삭스 선수들의 '블랙삭스 스캔들'과는 다른 부분이다. 신시내티 선수들 입장에서는 감독의 사인이 아무리 의심스럽다 하더라도 일단 따르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 로즈는 도박을 통해 하루에 최소 1만달러를 땄다고 한다. 80년대 메이저리그 감독들의 연봉이 10만~50만달러였음을 감안하면 하루 1만달러의 수입은 큰 유혹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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