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가 성공하려면 치밀해야 한다. 자기 자신도 속아넘어갈 만큼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망신만 당할 뿐이다.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이 그랬다. 소속팀 주전 선수 두 명의 경기조작을 어물쩡 넘어가기 위해 쓴 꼼수가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경기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검 강력부(조호경 부장검사)는 16일 브리핑을 열고 "혐의가 있는 여자배구 현역 선수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은 15일 오후 흥국생명의 두 선수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혐의를 인정했다. 2010~2011시즌 때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뒤 수차례에 걸쳐 경기조작에 가담했다. 앞서 발각된 남자 선수들과 같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조작에 가담했다. 이들에게 돈을 준 브로커 등도 같은 방식으로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베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검찰이 브리핑을 하고 있을 때 두 선수는 선수단과 함께 수원실내체육관으로 와서 몸을 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이들이 급하게 떠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시 대구지검으로 체포돼 갔다'고 수군댔다.
상황을 설명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들은 모두 연락 두절이었다. 단장부터 직원까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기장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뒤늦게야 모기업 관계자와 한국배구연맹(KOVO)을 통해 두 선수가 경기도 용인 팀숙소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감독과 선수들만 곤욕을 치렀다. 조사를 받고 혐의 사실을 인정한 피의자 신분의 선수가 그 다음날 경기를 하러 왔다는 것이 쟁점이 됐다. 만약 검찰 브리핑이 없었다면 경기조작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뻔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차해원 감독은 "오늘 선수들과 다른 차를 타고 경기장에 왔다. 그 선수들이 경기장에 오는지도 몰랐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그런 죄를 지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차 감독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사니의 말은 달랐다. 김사니는 "(두 선수가 체육관에)온 것은 경기를 뛰기 위해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간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다. 경기를 뛰기 위해 온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모든 책임은 이 상황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흥국생명 관계자들에게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들은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이 떠날 때까지 경기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물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처음 승부조작이 터졌을 때 관계자와 감독이 직접 언론에 나와 사과하고 상황을 설명한 KEPCO와는 180도 다른 씁쓸한 행동이었다.
한편, KOVO는 이날 경기가 시작된 후 뒤늦게 흥국생명 선수 2명의 출전을 제한했다. KOVO는 대구지검의 공식 수사결과 발표 후 상벌위원회를 통해 최종징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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