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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일부러 홈런을 안치고 있다

by 김용 기자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야쿠르트의 연습경기가 20일 오키나와 우라소에구장에서 열렸다. 이대호가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터뜨렸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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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의 홈런포가 터졌다. 하지만 이대호의 홈론 소식은 아직 없다. 하지만 조금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대호는 홈런을 못치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홈런을 안치고 있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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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계약을 맺으며 오릭스의 입단한 이대호의 팀내 입지는 매우 단단하다. 개막전 4번-1루수로 선발출전 할 것이 기정사실화 돼있다. 하지만 이런 이대호에게도 경쟁 상대들은 있다. 이대호에 밀려 4번-1루수 자리를 내주고 5번-좌익수 자리로 이동한 홈런왕 출신의 T-오카다가 있고 요미우리에서 넘어온 노장 강타자 다카하시도 1루 자원이다. 이대호의 경쟁자 두 사람이 연습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무력시위를 했다. 다카하시는 19일 열린 요코하마 DeNA전에서 투런포를, T-오카다는 20일 야쿠르트전에서 만루포를 때려냈다.

그렇다고 연습경기에서 이대호의 스윙이 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한동안 이대호의 홈런을 보기 힘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대호가 치르는 연습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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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전 이대호의 타석을 돌이켜보자. 이대호는 1회초 2번 오비키의 볼넷과 3번 사카구치의 사구로 만들어진 1사 1, 2루의 찬스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투수는 야쿠루트 선발 좌안 아카가와. 아카가와는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수준의 투수가 아니었다. 실제 구위나 변화구의 각도 등을 봤을 때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졌자. 이대호가 충분히 욕심을 내볼만한 구위였다.

처음 2개의 공은 모두 바깥쪽에 빠진 직구였다. 아카가와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 3구째 밋밋한 슬라이더를 한복판으로 던졌다. 공의 궤적이 눈에 보이는 순간 백네트 뒤에서 경기를 보던 기자는 롯데 시절 시원한 스윙을 하는 이대호를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큰 타구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눈에 잘 보이는 공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그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4구째 파울을 쳐 볼카운트 2-2로 몰린 이대호는 연속 2개의 볼을 걸러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대호의 볼넷으로 만루찬스가 이어졌고 이어 등장한 T-오카다가 시원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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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 역시 상대는 아카가와였다. 다른 타자들을 상대로는 곧잘 던지던 아카가와는 이대호가 나오자 또다시 제구가 흔들렸다. 1구째는 볼, 2구째는 파울이었다. 3구째 또다시 높은 쪽으로 직구가 왔다. 이대호에게는 홈런을 위한 최고의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이대호의 스윙엔 힘이 빠져있었다. 가볍게 툭 밀어쳤다. 우전안타가 나왔다. 세 번째 타석 역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18일 한신전과 요코하마 DeNA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대호는 3경기에서 7타석에 들어서 2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3개 볼넷의 공통점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상대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는 것이고 2개 안타의 공통점은 3구째 높은 곳으로 오는 상대 실투를 결대로 밀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연습경기에 임하는 이대호의 자세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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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이대호에게 실전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 많은 투수들을 상대해봐야 적응이 빠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대호에게 일본 투수들은 낯설다. 그래서 최대한 공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한다. 7타석 중 아웃된 2타석도 모두 풀카운트 승부였다. 다시 말해 7번 중 5번의 풀카운트 승부가 나왔다는 것이다.

또 천천히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리듬을 헤치지 않기 위해 큰 타구에 욕심을 버린 이대호다. 새로운 감독, 동료, 팬들에게 하루 빨리 멋진 홈런포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선수라면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개막 전까지는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밀어치는 데 중점을 두고 타격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연습경기도 훈련의 일환일 뿐이다. 홈런포의 달콤한 유혹이 본게임에서 본때를 보여주려는 이대호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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