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가 20일(한국시각) 발렌시아전에서 4골을 몰아넣었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마드리드)는 전날 라싱산탄데르와의 경기에서 1골을 넣는데 그쳤다. 부상이 아닌데도 말이다.
전대미문의 득점왕 경쟁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계속되고 있다. 나란히 23경기에 출전한 메시와 호날두는 경이적인 득점포를 터뜨리고 있다. 27골을 넣은 메시는 총 15경기에서 골맛을 봤고, 경기당 1.174골을 터트렸다. 산술적으로 45골을 넣을 수 있다. 이번 시즌에만 6차례 해트트릭을 작성한 호날두는 23경기에서 28골을 넣었으니 경기당 1.217골이다. 부상없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46골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40골을 넣으며 호날두가 깬 프리메라리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이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메시와 호날두가 세계 축구를 주름잡는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하나 한시즌에 40골을 넣는 것은 '경의'를 넘어 '이상한' 일이다. 과거 펠레(브라질)나 에우제비오(포르투갈), 게르트 뮬러(독일) 등 전설적 선수들이 놀라운 득점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수비전술이 체계적으로 자리잡기 이전의 얘기다. 압박과 지역방어 등을 전면에 앞세운 현대축구에서 골을 뽑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다 공격적인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디디에 드로그바, 티에리 앙리 등 슈퍼스타들 조차 잘해야 30골을 넘을 뿐이다.
메시와 호날두의 득점레이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리메라리가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리메라리가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양강'을 위협하는 세력들이 존재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995~1996시즌), 발렌시아(2001~2002, 2003~2004시즌), 데포르티보 라코루냐(1999~2000시즌) 등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프리메라리가는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간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이는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 구조때문이다. 사무국이 중계권료를 모두 취합해 차등하게 분배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달리, 프리메라리가는 각팀들이 직접 중계권료를 협상할 수 있다. 스타선수들이 많은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한 반면, 나머지팀들은 적은 금액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만족해야 했다. 프리메라리가 3위 수준의 발렌시아는 EPL의 강등팀보다도 적은 중계권료를 받고 있을 정도. 결국 메시와 호날두의 '기형적인' 득점레이스는 프리메라리가의 극심한 '부익부빈익빈' 형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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