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자유롭다. 선수들을 크게 옥죄지 않는다. 프로 선수들, 그것도 A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인만큼 자기 관리는 철저하다. 최 감독을 모든 면에서 선수들을 믿는다.
관대한 최 감독이 최근 선수단에게 3가지 금칙어가 제시했다. 선수 금칙어가 2개, 팀스태프 금칙어가 1개다.
첫번째 선수 금칙어는 '해외파'다. 19일 이동국을 통해 선수단에 알렸다. 이날 최 감독은 선수단 버스가 아닌 다른 차를 타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이동국도 함께였다. 훈련전 인터뷰를 위해 20분 먼저 훈련장에 와야만했다. 차 안에서 최 감독은 이동국에게 "해외파라는 단어는 쓰지 말자. 우리 팀에는 국내파니 해외파니 하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뜻이 있었다. 우선 해외파와 국내파를 구분하는 자체가 의미가 별로 없었다. 이동국과 김두현(경찰청) 등은 모두 한때는 해외파 선수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뛰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음만 먹는다면 K-리그 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뛸 수 있다. 최 감독은 "외국에서 뛰었다고 무조건 해외파라고 한다면 이동국이나 김두현은 '국내파'라기보다는 '전(前) 해외파'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간의 위화감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최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간의 화합을 강조했다. 만약 선수들이 '해외파'와 '국내파'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있다면 한 팀으로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쓰는 말을 바꾸면 생각도 바뀔 것이라는게 최 감독의 노림수였다. 동시에 해외파라고 특별 대우 받는 일은 없음을 알리는 좋은 방법이었다.
선수들이 쓰지 못하는 두번째 단어는 '노장'이다. 1기 최강희호의 평균 나이는 28.3세다. 바로 직전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전에 나섰던 조광래호의 24.3세보다 4살이나 많다. 예전같으면 노장 소리를 듣고도 남을 서른 줄을 넘긴 선수가 전체 25명 가운데 7명이나 된다. 김상식(전북)은 36세다. 하지만 이들에게 노장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20대 선수들보다 체력이나 능력이 좋으면 좋았지 떨어지지 않았다. 이동국이나 김상식 곽태휘(울산) 등은 오히려 서른줄을 넘기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더 이상 노장이라는 단어로 선수들을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팀 스태프들이 입밖에 내서는 안되는 말은 '병풍'이다. 그 단어를 떠올리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A대표팀이 전남 영암에 둥지를 틀면서 훈련장을 방문하겠다는 지역 단체와 공무원들의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응원하는 마음의 순수한 방문도 있지만 불순한 의도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A대표팀을 '병풍'처럼 놓고 기념 사진을 찍을 심산인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이 때문에 최 감독은 스태프들에게 그 어떤 종류의 방문이더라도 팀훈련을 방해할만한 것은 정중하게 거절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때문에 스태프들은 유력인사들의 방문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
영암=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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