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주장 홍정호(제주)는 웃었다. 오만전에서 일어난 관중 소요에 대한 소감에 앞서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한국 올림픽대표 선수들은 22일(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에서 벌어진 오만과의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았다. 후반 28분, 한국이 3-0으로 앞서자 관중석에서 폭죽이 그라운드로 날아들었다. 그 폭죽에 미드필더 한국영이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흥분한 오만 관중은 골키퍼 이범영 쪽으로 물병과 오물을 마구 투척했다. 놀란 이란 주부심은 서둘러 경기를 중단시켰다. 시간이 15분쯤 흐른 후에야 경기가 재개됐다. 심판은 추가시간으로 10분을 주었다.
그라운드에 물병이 날라오고 폭죽이 터지는 상황.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런 일 처음이다."
이범영은 "바로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 총소리인줄 알았다. 긴장됐다"고 했고 홍정호는 "무서웠다"는 말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홍정호는 주장이기에 더이상 동요할 수 없었다. 그는 "폭죽이 터진다고 집중력을 잃으면 안됐다. 선수들에게 '신경쓰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자. 냉정함을 잃지 말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주장의 통솔아래 선수들은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리고 남은 10여분을 무실점으로 마치며 3대0 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은 그들이 얻은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황당한 일은 경기장 밖에서도 일어났다. 경유지인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오만 무스카트 공항에 간 올림픽대표팀은 티켓 발권을 두고 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컴퓨터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전산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항공권 발권을 미루고 또 미뤘다. 22명 중 6명이 한국행 티켓을 제외하고 경유지인 두바이행 티켓만 손에 쥔채 비행기에 올랐다. 두바이공항에서 인천행 티켓을 발권할 수 있다는 오만 항공사 직원들의 말만 철썩같이 믿었지만 발등을 찍혔다. 두바이 공항의 발권 데스크는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결국 김현성(서울) 등 6명의 선수들은 동료들을 한국으로 떠나 보낸채 두바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인천공항에 귀국한 인원만 8명, 나머지 선수들은 홍콩을 경유해 24일 오전 4시에나 귀국할 수 있다.
올림픽 본선 질출의 쾌거를 이뤄낸 선수단을 위해 환영행사를 준비한 대한축구협회 직원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원재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오만의 꼼수(?)인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며 불쾌해했다. 귀국장에 들어 선 홍정호도 "이런 환영행사에 22명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그들도 환영받아야 하는데…. 런던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 거둬 환영행사에 모두 참석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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