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 감독 데뷔전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도 긴장하게 만드나보다.
최강희 감독이 자신의 A대표팀 데뷔전이 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리에 모인 취재진들은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최 감독은 입담이 좋다. 유머가 넘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말들을 많이 했다. 지난해 K-리그를 앞두고 전북 팬들 사이에서만 쓰이던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말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도 최 감독이었다. 2009년 K-리그 대상에서 감독상을 받은 뒤 "봉동 이장 출세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봉동 이장은 전북의 숙소가 완주군 봉동읍에 있어 붙은 최 감독의 별명이다.
A대표팀을 맡고 가진 전남 영암 전지 훈련에서도 최 감독의 입담은 여전했다. 곽태휘(울산)의 A대표팀 주장 선임 이유에 대해서는 "잘 생겨서"라고 대답해 주위를 웃겼다. '최강희 축구의 색깔'을 묻자 로 입은 훈련복을 가리키며 "파란색"이라고 했다. 최 감독의 말한마디는 재미있는 기사였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예상외로 긴장했는지 최 감독의 답변은 단순했다. "좋은 분위기에서 훈련했고 29일 쿠웨이트전에 초점을 마추고 있다. 경기 감각 회복이 쉽지 않지만 선수들이 경험이 많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양한 질문에도 최 감독은 원칙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다. 취재진들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그 때였다. 최 감독이 던진 딱 한마디가 기자회견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곽태휘가 "우즈베키스탄전은 최 감독님의 데뷔전이다. 선수들 모두가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곽태휘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 감독은 "고맙다 주장"이라며 말했다. 본연의 임무를 마친 최 감독은 취재진들의 웃음을 들으며 유유히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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