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감독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을. 선 감독님 덕에 저희가 너무 편하게 훈련하고 있습니다."
24일 삼성의 전지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온나 아카마 구장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KIA 선동열 감독. 선 감독은 온나에서 멀지 않은 구시카와구장에서 열릴 KIA와 SK의 연습경기를 위해 이동하던 도중 삼성 류중일 감독과 선수단, 그리고 이날 삼성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라쿠텐의 감독이자 선 감독의 주니치 시절 감독이었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아카마 구장에 들렀다.
두 감독은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류 감독이 먼저 "요즘 KIA가 잘나간다는 얘기가 많습니다"라고 선수를 치자 선 감독은 곧바로 손을 내저으며 "지금 주축 투수 5명이 공을 던지지 못해 큰일입니다. 방망이는 올해 괜찮을 것 같은데 마운드가 불안해 걱정이 큽니다"라고 답했다. KIA는 22일 열린 주니치와의 오키나와 첫 실전경기에서 2대3으로 진 후 23일 요코하마전에서는 신종길의 만루포, 김상현의 투런포를 앞세워 9대5로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주축 투수 5명이 부상이라 걱정이다. 한기주가 수술을 받았던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김진우 심동섭 손영민이 모두 어깨 통증으로 캐치볼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좌완 양현종은 어깨 통증으로 지난 7일 일찌감치 귀국해 재활에 매달리고 있으나 개막 엔트리 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선 감독은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 이날 류 감독에게 인사를 온 진짜(?) 이유를 밝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선 감독은 "지난번엔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쉬는 날에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고 류 감독은 껄껄 웃으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게 다 선 감독님 덕분입니다. 쉬는 날에는 언제든지 사용하셔도 됩니다"라고 화답했다.
사연은 이렇다. KIA는 현재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 LG, SK, 한화와 달리 전용 훈련 구장이 없다. 원정 연습경기를 다니거나 각 구단이 쉬는 날을 틈타 훈련을 하는 '메뚜기' 신세인 셈이다. 실제로 KIA 선수단은 삼성 선수단의 휴식일인 23일 아카마 구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느 쪽이 고마워해야 할 지 좀 애매하다. 사실 삼성이 7년 전 부터 아카마구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선동열 감독의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아카마구장은 당초 일본 팀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런데 선 감독이 삼성 시절 호시노 감독(당시 한신 감독)으로부터 "필요하면 쓰라"는 얘기를 들은 뒤 삼성이 이용하게 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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