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50억원을 쏟아부은 MBC 대하사극 '무신'이 시작부터 부진의 늪에 빠졌다. 26일 방송된 '무신' 6회의 시청률은 9.7%(AGB닐슨, 전국기준). 전날보다 0.2% 포인트 올랐지만 '상승'이라고 표현하기도 무색할 정도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11일 첫 방송 이후 한번도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시청률 못지않지 않게 시청자들의 평가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시작부터 폭력성 선정성 논란
'무신'은 고려 무신정권기를 배경으로 60여년간 황제를 대신해 나라를 통치하던 막부를 뒤엎고 최고 권력에 오른 실존인물 김준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인들의 치열한 권력투쟁, 주인공의 영광과 몰락, 60년에 걸친 대몽항쟁 등을 통해 고려시대 민족혼을 새롭게 되살려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기획의도다. 이를 위해 4개월간의 사전제작, 2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고 거기에 MBC 사장까지 나서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자신했을 만큼 물량공세와 후방지원이 대단했다.
하지만 원대한 포부와 달리 '무신'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초반부는 주인공 김준(김주혁)이 승려들의 반란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도방에 끌려가 잔인한 고문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김준은 줄에 매달린 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고 두 발을 불로 지지는 형벌을 당했고, 김준과 같이 노예로 끌려온 월아(홍아름)는 도방에서 일렬로 세워진 채 알몸으로 훈육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배우들의 상반신은 대부분 노출됐고, "엉덩이는 크지만 허리가 가늘어 일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노골적인 대사도 나왔다.
시청자들은 즉각적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지나치게 가학적이고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방송 시간이 가족들이 함께하는 주말 오후 8시 40분 시작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가중됐다. 사극으로선 이례적인 편성 시간을 두고 "온 가족이 마음 편하게 안방에서 볼거리 많은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MBC의 설명과는 정반대되는 반응이다.
이런 장면들이 더욱 문제되는 것은 반복성이다. 무신 정권의 폭력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하더라도, 주말 저녁에 피 튀기는 칼부림과 매질을 매회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까지 그 장면들이 극의 전개를 발전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개연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정통사극으로 차별화? 여전히 '미지수'
6회까지 방영된 현재 '무신'은 여전히 격구 이야기에 치중해 있다. 김준이 노예에서 무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꽤 중요한 내용이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 지나치게 반복되고 극이 느리게 전개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극의 중심에서 긴장감을 높여야 할 장면이 도리어 시청자들이 몰입을 방해하고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제작진이 이처럼 격구 이야기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정통사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를 품은 달'이나 '뿌리깊은 나무' '공주의 남자' 등 최근의 퓨전사극 열풍 속에서 '무신'은 정통에 걸맞는 '리얼리티'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환경 작가가 "드라마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픽션을 가미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통사 의존해서 집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듯이,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존인물이며 이야기도 역사적 사실을 비교적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의 본격적인 전개에 앞서 배경지식과 설정 등 극의 밑그림을 충분히 그려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도리어 드라마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시대상을 재현하기 위해 전투 장면이나 격구 장면에 '글래디에이터' '스파르타쿠스' '300' 등을 참고했다고 밝힌 제작진의 의도는 좋았지만, 현재로선 그저 '눈요깃거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정통사극으로서 차별화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는지도 현재로선 의문이다. KBS 대하사극이 오랜 세월 동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40~60대 남성 시청자층의 지지를 받아왔던 것에 비하면 '무신'의 타깃 시청층은 불분명하다. 가족 단위 시청자들을 노리기에는 내용이 지나치게 묵직할 뿐더러, '전통의 강자' KBS 주말극과 '개그콘서트' 같은 경쟁작들의 벽도 상당히 높다.
지금의 '무신'은 지난 해 11월 쓸쓸히 종영한 '계백'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100억 제작비를 쏟아부었지만 '헛돈 들였다'는 비판만 받았다. '무신'이 250억짜리 졸작이 되지 않기 위해서 변화와 반전의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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