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36·삼성)의 타격 기술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2003년 삼성에서 홈런 56개를 치고 일본으로 떠났던 그는 8년 동안 풍부한 경험을 쌓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이승엽의 일본 성적표를 점수로 매길 수는 없었지만 삼성에 있을 때보다는 못했다. 지바 롯데, 요미우리, 오릭스를 거치면서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다. 하지만 한국 투수보다 제구력이 정교하고 까다로운 볼을 던지는 수많은 일본 투수들을 경험했다. 돌아온 이승엽은 8년이란 세월과 관록을 맞바꾼 셈이다.
이승엽은 지난 29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가진 SK와의 연습경기에 첫 출전했다. 3번 지명타자로 나서 1회 투수 로페즈 앞 땅볼, 4회 투수 박종훈에게 헛스윙 삼진, 6회 투수 허준혁을 상대로 내야 안타를 기록했다. 3타수 1안타였다.
첫 연습경기에서 나온 기록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개막(4월 7일)까지 한 달여가 남았다. 베테랑 이승엽이 조급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평가는 이렇다. "폼이 조금 무너져 있다. 이승엽은 레벨(수평) 스윙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승엽은 최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 빨리 고쳤던 단점을 수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승엽은 포크볼을 결정구로 많이 던지는 일본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퍼올리는 스윙에 익숙해졌다. 또 팔로스윙의 궤적을 줄이면서 폼이 작아졌다. 하지만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과거 좋았던 레벨 스윙과 큰 팔로스윙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이를 먹었지만 신체엔 큰 변화가 없다. 현재 체중은 92kg. 처음 홈런왕에 올랐던 1997년 몸무게(89kg)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3kg이 불었지만 근육량(70kg→70kg) 등 신체의 또 다른 지표에선 나쁘게 볼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좌우 힘의 균형은 더 잘 잡혔다.
이승엽은 올해 삼성의 중심타자로 30개 이상의 홈런을 쳐주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성공 여부는 신체 능력 보다는 마음에 달렸다고 보는 게 맞다. 그는 최근 "한국야구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며 엄살을 떨었다. 이 말 속엔 스스로도 조금은 기가 죽어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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