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농구판에서는 또다른 '눈치작전'이 전개되고 있다.
플레이오프와은 전혀 관련이 없지만 앞으로 구단의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큰일'이다.
혼혈선수를 뽑는 일이다. 독특한 혼혈선수 선발 방식때문에 빚어지는 웃지 못할 '눈치작전'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승준(삼성) 전태풍(KCC) 문태영(LG) 등 3명의 혼혈선수는 FA(자유계약선수)시장에 나오게 된다.
3년전 이들이 한국으로 귀화하는 조건으로 KBL(한국농구연맹) 무대로 진출했을 때 한 팀에서 3시즌간 소속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겼다.
용병에 버금가는 기량을 가진 혼혈선수를 드래프트 방식으로 선발했으니 혼혈선수를 갖지 못한 팀에게도 나중에 기회를 줘여 형평성이 있다는 주장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에 3시즌을 기다린 끝에 꿈에 그리던 혼혈선수 보유 기회를 얻게 된 팀은 동부, 모비스, 오리온스, SK 등 4개 팀이다.
전자랜드는 문태종(한국 2시즌째)을 중이어서 제외됐고, KGC와 KT는 원하준과 박태양이란 혼혈선수를 각각 영입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한 번도 혼혈선수 '맛'을 보지 못한 4개 팀에게만 기회가 돌아갔다. 한데 원하는 팀은 4곳인데, 나오는 선수는 3명이다. 그래서 특이한 최고가 경매 방식이 도입된다.
우선 4개 팀은 1, 2, 3순위로 원하는 선수와 함께 연봉 제시액을 적어 제출한다. 1순위에서 최고가(가장 높은 연봉 금액)를 적은 팀에게 자동으로 낙찰되는 방식이다.
다만 최고가는 1순위일 경우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선)의 25%, 2순위 22.5%, 3순위 20%를 각각 넘을 수 없게 했다.
하지만 4개 팀 가운데 최소 2개 팀은 한 선수에게 몰릴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높은 금액을 적은 팀에게 우선 배정되고, 금액마저 같을 경우 추첨을 실시한다.
한 선수에게 3∼4개 팀이 몰릴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사전에 눈치를 잘 봐서 다른 팀이 2, 3순위로 선택할 것은 선수를 예측해 1순위로 단독 응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1순위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해도 기회는 또 있다. 예를 들어 A팀이 2순위로 찍은 선수를 B팀에서 1순위로 찍었다면 그 선수는 B팀 소유가 된다. 대신 아무도 1순위로 선택하지 않은 선수가 생길 경우 그 선수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방식이 적용된다. 2순위로 선택한 팀이 복수로 몰리면 최고가→추첨의 순서로 낙찰을 정하고, 최고가가 또 같으면 다시 추첨이다.
여기에 A팀이 2순위, B팀이 3순위로 나머지 선수를 선택했을 경우에는 연봉 금액과 상관없이 상위 2순위를 적어넣은 A팀에게 보유권을 주게 된다.
결국 4개팀들은 혼혈선수 3명을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과 추첨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혼혈선수 재배정은 오는 5월 국내선수 FA시장이 열리기 전에 실시하기로 했다.
혼혈선수 보유 여부에 따라서 구단들의 FA 영입 구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구판에서는 오리온스가 포인트가드 전태풍을 영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나머지 이승준 문태영을 놓고 3개팀이 경합하는 가운데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어급 센터 최부경을 뽑은 SK가 전태풍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혼혈선수 선발 방식을 놓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혼혈선수 혜택을 누리지 못한 팀들에 대한 '기회균등' 취지 때문에 10개 구단들은 수긍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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