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의 각 층 게시판에는 같은 종이가 붙어 있다. '2012시즌 개인별 공격포인트 목표치'가 그것이다.
박경훈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과 개별 미팅을 가졌다. 미팅 자리에서 선수들이 개인별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를 결정했다. 박 감독은 달성시에 금 한냥을 주기로 약속했다. 선수가 시즌 전 목표를 정하는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다소 높은 수치에 눈길이 간다. 선수들보다는 박 감독의 의중이 더 많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개인별 목표 수치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달성하기만 한다면 지난시즌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을 뛰어넘는 가공할 공격축구가 완성된다. 용병트리오는 합쳐서 105개의 공격포인트가 목표다. PSV에인트호벤에서 박지성 이영표와 한솥밥을 먹은 거물급 용병 호벨치는 25골-15도움 총 40개의 공격포인트를 목표로 했고, 주포 산토스도 20골-15도움을 올려놨다. 자일도 15골-15도움을 올려야 한다.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홍정호조차도 6골-4도움에 10개의 공격포인트를 적어놨다. 이정도면 '골넣는 수비수'로 유명한 곽태휘를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배일환 강수일 서동현 심영성 등 웬만한 주전급 공격수들은 전부 공격포인트 15개 이상이 목표로 적혀 있다. 제주의 새로운 오른쪽 날개로 자리잡은 '들소' 배일환은 "이 정도면 용병급 기록이죠"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박 감독이 의도하는 것이 여기에 있다. 박 감독은 스스로 제주의 전력을 8~9위권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수들의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았을 때 얘기다. 박 감독은 자신이 구상하는데로 경기를 펼친다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노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껍질을 깨기 위해서는 목표를 높이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일부러 목표를 높이 설정했다. 목표의식이 높을수록 우리가 원하는 바에 근접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잠재력을 더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한 목표치를 결정했다"고 했다.
제주 선수들은 인천과의 개막전에서 총 6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선수들은 자신있는 몸놀림으로 인천 골문을 노리고 또 노렸다. 박 감독이 높은 볼점유율과 정확한 골결정력을 모토로 한 공격축구를 표방하는만큼 박 감독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선수들의 숫자는 늘어갈 것이다. 박 감독은 "금값이 많이 올라서…. 너무 많은 선수들이 목표 달성하면 나 힘들어지는데"하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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