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이 올해도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새봄을 맞아 창작 뮤지컬이 조용한 반격을 시작했다.
최근 히트했던 작품들이 업그레이드를 거쳐 앙코르되는가 하면 야심찬 대형 신작도 곧 뚜껑을 열 참이다. 지난 2010년 초연에서 호평받았던 '서편제'가 2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개막했고, 지난해 초연돼 실험성을 인정받았던 '모비딕'은 오는 2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출항을 앞두고 있다. 4월5일엔 인기드라마가 원작인 '파리의 연인'이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베일을 벗는다. 고(故) 이영훈의 히트곡을 엮어만든 '광화문 연가'는 11일 성황리에 앙코르공연의 막을 내렸다.
이청준의 원작소설,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 친숙한 '서편제'(연출 이지나)는 우리의 전통 소리를 뮤지컬 형식에 접합시켰다. 판소리는 물론, 작곡가 윤일상이 참여해 팝, 락,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한다. 진정한 소리꾼을 꿈꾸는 송화,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동호, 소리를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하는 비정한 아버지 유봉이 주축이 되어 저마다의 한(恨)을 보여준다. 초연 당시 송화 역을 나눠 맡았던 소리꾼 이자람과 배우 차지연은 이 작품을 통해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경험했다. 캐릭터가 요구하는 애절한 내면연기와 소리의 깊은 울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엔 베테랑 이영미가 가세해 3인3색의 송화를 연기하고 있다.
김다현 한지상 임병근 서범석 양준모 등 쟁쟁한 실력파 배우들이 다 모였다. 4월22일까지.
허먼 멜빌의 고전이 원작인 '모비딕'은 7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 노래는 물론 연주까지 담당하는 '액터 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인 전문 연주자들과 악기 연주가 특기인 배우들이 나서 풍성한 음악적 감동과 드라마를 선사한다. 배를 형상화한 무대 위에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간 욕망의 치열함을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신나게 풀어낸다. 올해는 큰 무대로 공연장을 옮겨 새로워진 무대디자인과 더욱 다양해진 음악 그리고 탄탄하게 업그레이드된 대본을 선보인다. 2PM의 닉쿤을 닮은 미남 아티스트 신지호를 비롯해 KoN 황건 이승현 유성재 등이 지난해에 이어 함께 한다. 또 버클리 출신 팝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윤한이 주인공 '이스마엘'에 함께 캐스팅됐다.
'파리의 연인'은 올해 공개되는 첫 대형 창작뮤지컬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2004년 인기드라마가 원작이다. "얘기야 가자" 등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전국을 들썩이게 한 작품이 뮤지컬로 환생한다. 이지훈, 가수 런, 정상윤이 남자주인공 기주 역에 트리플캐스팅됐고, 방진의와 오소연이 태영 역을 나눠맡는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 열풍에 이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컬'도 그간 꽤 제작됐지만, 흥행성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원작의 인기에 기대다보니, 또 원작의 잔영이 너무 강하다보니 정작 뮤지컬 양식으로 탈바꿈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파리의 연인'은 전형적인 신데렐레 스토리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여성의 사랑을 유쾌하게 그릴 예정이다. 지난해 개관한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첫 공연되는 창작뮤지컬이기도 하다. '파리의 연인'이 드라마컬의 새 역사를 쓸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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