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섞어 표현하자면, 마치 싸움 잘 하는 아이들만 골라서 때리는 것 같다. 오릭스 이대호가 일본프로야구의 거물 투수들에게 잇달아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이대호는 14일 요미우리와의 시범경기에서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들어 첫 타점 등록이었다. 상대 투수는 요미우리 우쓰미 테쓰야였다. 우쓰미는 지난해 18승(5패), 방어율 1.70을 기록한 에이스다. 요미우리의 개막전 선발이 예상되는 투수다. 과거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보유하고 있을 때 팀을 홍보하기 위해 우쓰미를 '홍보대사' 같은 자격으로 한국에 보낸 일이 있어 국내팬들에게도 친숙한 투수다.
이날 현재까지 이대호는 시범경기에서 20타수 4안타를 기록중이다. 타율 2할이다. 연습경기때의 맹타에 비하면 다소 초라해진 성적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몇개 안 되는 안타가 대부분 유명한 투수, 주요 투수에게서 빼앗은 것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시범경기였던 지난 4일 한신전에선 일본이 자랑하는 마무리투수중 한명인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었다. 후지카와는 베이징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을 통해 국내팬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시속 150㎞를 훌쩍 넘는 포심패스트볼이 주무기다. 지난 2007년 46세이브를 기록했던 투수.
특히 이대호는 후지카와를 상대로 '설전'에서도 이겼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경기후 후지카와가 "(안타를 맞긴 했지만) 이대호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걸 전해들은 이대호가 "난 10번중 3번만 치면 된다. 후지카와를 상대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여유있게 맞받아쳤다.
그후 지난 11일 열린 주니치와의 시범경기에선 일본 최고연봉 선수인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다. 이와세는 올해 4억5000만엔을 받는 최고 연봉 선수다. 만 38세에 통산 313세이브를 기록중인 이와세도 역시 한시즌 46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다.
이와세와의 승부에도 조그만 사연이 있다. 이 경기를 앞두고 이와세가 이대호를 상대로 싱커 계통의 새로운 변화구를 테스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리그에서 뛰는 이대호를 상대로 구종 테스트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대호는 볼카운트 2-3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우쓰미, 후지카와, 이와세 등은 모두 센트럴리그 소속이다. 퍼시픽리그 소속인 이대호와는 교류전에서만 맞붙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최상위 레벨의 투수들에게서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퍼시픽리그의 어떤 투수와 맞붙어도 당당하게 겨룰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일본 언론은 이대호가 14일 요미우리전에서 타점을 기록한 것과 관련, '이대호가 일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간 변화구 때문에 다소 고전했는데 이제는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한다는 내용이다. 오릭스의 오카다 감독은 이대호가 우쓰미와 같은 에이스급 투수에게 적시타를 뽑아낸 점을 칭찬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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