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분위기 가라앉히는데 도사잖아요."
한화 투수 송신영이 특유의 넉살로 빛을 발했다.
송신영은 18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시범경기에 앞서 불쑥 넥센쪽 덕아웃을 방문했다.
친정팀인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송신영은 지난해 8월 LG로 트레이드된 뒤 FA(자유계약선수)로 올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송신영의 인사를 받은 김 감독이 먼저 농담을 건넸다. "너, 그저께는 일부러 우리를 좀 봐준거지?"
지난 16일 시범경기를 두고 한 말이었다. 당시 송신영은 2-1로 앞서고 있던 9회 마무리로 등판해 넥센 오재일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한 일을 두고 한 말이었다.
송신영은 능청스럽게 재치있게 화답했다. "그렇죠. 감독님, 제가 분위기 다운시키는데 도사잖아요."
그러면서 "작년 제주도 경기 기억 안나세요. 그 때도 제가 한 건 하지 않았습니까"라며 스스로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송신영이 떠올린 '제주도 사건'은 지난해 3월 12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 KIA의 시범경기를 말한다. 당시 넥센 투수였던 송신영은 연장 10회 승부치기를 맞았다.
시범경기에서 승부치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범경기 첫날부터 나온 승부치기여서 주변의 관심이 적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2-2동점이던 연장 10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먼저 승부치기에 나선 KIA는 송신영의 폭투로 무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차일목이 범타로 물러났으나 이현곤의 내야안타와 김다원의 좌전안타로 2점을 뽑았다.
이후 넥센은 10회말 승부치기에서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치는 바람에 3대4로 패했다.
2-2 동점타를 허용한 송신영이 역전패의 빌미까지 제공한 셈이 됐다.
송신영은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독특한 '역할론'을 강조하는 듯 했다.
정규시즌 개막 이전부터 분위기가 너무 들떠있으면 방심할 수 있으니 적절하게 분위기를 가라앉혀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송신영은 김 감독에게 "저, 여기서 점심 좀 먹고 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김 감독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흔쾌히 허락했다. 역전 홈런을 맞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한편, 한화는 이날 초반부터 선취점에 성공하며 여유있게 리드를 잡아나갔다. 송신영의 '분위기 관리법'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청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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