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인천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라운드 경기가 열린 대구 스타디움. 0-0으로 맞서던 전반 34분 이진호는 몸을 날렸다. 왼쪽에서 날아온 마테우스의 크로스에 타이밍을 맞추었다. 몸을 던지는 순간 눈을 감았다. 머리에 공이 맞는 느낌만 있었다. 피치 위에 쓰러진 뒤 눈을 떴다. 공은 골망 안에 있었다. 벤치쪽을 향해 달렸다. 모아시르 감독이 서있었다. 품에 안겼다.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브리가도 아크리지뗌 포르 밈(obrigado Acredite em por mim)" 한국말로는 "나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경기가 열리기 약 일주일전. 이진호는 모아시르 감독과 통역 없이 만났다. 이진호는 2003년 브라질 크루제이루에서 1년간 축구 유학을 했다. 포르투갈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진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구로 이적했다. 울산으로 이적한 이근호의 보상 선수였다. 이적의 충격이 컸던만큼 새 팀에서 더욱 잘하고 싶었다. 더욱이 자신을 대신해 울산으로 간 이근호는 펄펄 날았다. 사나이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진호는 개막 후 2경기 동안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속이 상했다. 일부 팬들은 '이진호를 울산에 반납해라.'나 '울산으로부터 위약금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낼 정도였다.
모아시르 감독은 이진호를 위로했다. "너는 우리 팀의 최전방이다. 최대한 지원할테니 마음껏 경기를 펼쳐라."
외국인 감독으로 한국에서 적응하는 것으로도 힘들텐데 선수들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뛰고 또 뛰었다. 결과가 바로 인천전 골이었다. 열심히 뛴 이진호는 6000여 관중의 박수 속에 교체 아웃됐다. 이진호는 "감독님께 골로 보답한만큼 다음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는 골을 넣고 내 특유의 골세리머니인 백텀블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는 이진호의 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인천을 누르고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인천은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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