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질투를 느끼더라. 사복을 입어도 날 부러워 하더라." "옛날 이야기는 왜 하느냐. 맞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유독 거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많았다."
전자는 유상철 대전 감독, 후자는 최용수 FC서울 감독이었다. 경기 전 양팀 감독실에서 오고 간 공방이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설전은 유쾌했다. 날을 세웠다. 유 감독은 최 감독을 향해 "입장을 바꿔보고 질러라. 끝나고 나서 한 방을 날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최 감독은 이틀 전 "선수 시절에 유상철 감독은 분명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패전으로 자존심이 상해 오기가 생겼을 수 있다. 나도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 자극했다.
한 방을 날릴 것이라는 소리를 들은 최 감독도 '발끈'했다. 그는 "대전의 줄기를 자르면 된다. 이변이라는 말이 나오면 안된다"고 응수했다.
누가 봐도 객관적인 전력차가 존재한다. 명문구단 서울은 K-리그의 간판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대전보다 한 수위다. 춥고 배고픈 시민구단 대전은 무명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21년 지기'의 두 번째 충돌이었다. 이변은 없었다. 41세 동갑내기의 벤치 대결은 최 감독의 승리로 다시 끝났다. 서울이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년 현대오일뱅크 3라운드 대전과의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대전은 이날 전반을 득점없이 마치며 선전했다. 하지만 후반 체력 저하로 무너졌다. "한 방을 날리겠다"는 유 감독의 선전포고는 수포로 돌아갔다. 2연승을 달린 서울은 승점 7점(2승1무)을 기록했다. 대전은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9월 24일 첫 대결에선 최 감독이 유 감독을 4대1로 완파했다.
감독 라이벌전의 주연은 몰리나였다. 2골을 쓸어담았다. 후반 6분 스타트를 끊었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이 몰리나의 발을 떠났다. 볼은 문전에서 한 차례 바운드 된 후 누구도 맞지 않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 33분에는 쐐기골을 터트렸다. 하대성이 스루패스한 볼이 또 다시 왼발에 걸렸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그는 상대 골키퍼를 제친 후 골망을 흔들었다. 3경기 연속골이었다. 4호골을 기록하며 라돈치치(수원)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현역 시절 최 감독이 골을 넣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미치겠더라. 우린 정말 선의의 경쟁을 했다." 둘은 친구지만 진정한 라이벌이었다. 유 감독은 패배가 뼈아팠다. 그는 경기 후 "나중에 이기면 한 방을 날리겠다"며 허무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최 감독이 전화오면 다음부터 그딴 식으로 하지마라고 농담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다시한번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미안해 했다. 그는 "우리는 젊은 감독들이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처럼 20~30년 장기집권 할 수는 없다. 유 감독도 마찬가지지만 나도 매경기가 절실하다. 죽기 살기로 준비를 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시즌은 시작에 불과하다. 두 사령탑이 최고를 향해 성장해 가는 모습도 K-리그의 역사다.
한편,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2012시즌 K-리그 첫 승을 수확했다. 전반 34분 터진 이진호의 다이빙 헤딩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 인천을 1대0으로 제압했다. 광주는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슈바의 결승골을 앞세워 제주에 3대2로 역전승을 거뒀다. 올시즌 무패행진을 이어간 광주는 승점 7(2승1무)을 기록, 리그 4위로 도약했다.
상암=김성원 대구=이 건 광주=김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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