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제발 뛰게 해주십시오."
"아직 안돼. 완전히 낫기 전에는 어림도 없어."
두산과 LG의 시범경기 열린 20일 잠실구장. 경기전 3루쪽 LG 덕아웃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기태 감독을 향해 읍소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타격 훈련을 나가던 도중 이병규(9번)가 김 감독에 "출전시켜달라"고 애교섞인 투정을 부리는 것이었다.
이병규는 "몸이 근질근질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뛴지 너무 오래됐는데 오늘은 제발 뛰게 해주십시오"라며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병규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연습경기 도중 1루에서 2루로 베이스러닝을 하다 허벅지를 다쳤다. 근육통을 일으켜 이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을 코앞에 둔 시점인만큼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황.
김 감독은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병규가 뛰기는 뛸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부상이 악화될 수 있다. 날씨까지 쌀쌀하다. 주말 그리고 오늘 트레이너팀으로부터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그래도 하루 이틀은 더 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정성훈을 4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파워가 좋은 정성훈이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정성훈은 주말 삼성과의 2연전서 6타수 1안타에 그쳤다. 찬스에서는 단 한 개의 적시타도 치지 못했다. 정성훈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심타선에 또다시 변화를 줘야한다. 지난해 타율 3할3푼8리, 16홈런, 75타점을 올린 이병규가 온전한 상태로 시즌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이병규에게는 팀 리더로서의 역할도 주어졌다. 리더가 다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기 마련이다. 김 감독이 이병규를 향해 '몸조심'을 외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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