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맡은 자리잖아요. 저 욕심없어요."
지난 2월초, KIA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김상현은 "욕심을 버리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공을 더 멀리 치겠다는 생각, 그래서 홈런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 그런 모든 것을 그는 '욕심'이라고 표현했다. 김상현은 "그저 정확히만 맞추면서 내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4번타자'에 대한 욕심마저 버린다는 각오를 다졌다. 어떤 타순에서든 자기 몫만 하면 된다는 게 스프링캠프에서 김상현의 각오였다.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다. 김상현은 KIA의 붙박이 4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최희섭의 이탈로 인해 공석이 된 4번 자리에 누구를 넣을지를 캠프 내내 고민했다. 이범호와 김상현 가운데 고심하던 선 감독은 결국 김상현을 낙점하고 시범경기에 계속 투입하고 있다.
영예로운 4번 자리를 맡게되고서도 김상현의 '욕심버리기'는 계속 진행중이다. 김상현은 "팀 사정상 4번을 맡게됐을 뿐이다. 그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올해는 각팀마다 정말 대단한 4번타자들이 많이 있다. 비록 이대호가 일본으로 갔지만, 이승엽 선배나 김태균 등이 돌아오면서 올해야말로 진정한 홈런왕 대결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김상현은 그 '리얼 홈런왕 경쟁 구도' 속에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2009년 36홈런으로 이대호와 김태균을 제치고 홈런왕에 올랐던 김상현이다. 왜 홈런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없으랴. 그러나 김상현은 "나는 평균 20홈런 타자일 뿐이다. 시즌이 시작되고나서 페이스를 봐야겠지만, 일단은 20홈런 이상만 치는 게 목표"라고 겸손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김상현은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바로 진루타와 득점타다. 김상현은 "캠프를 통해 우리 선수들은 모두 희생과 팀플레이에 집중하게 됐다. 나 역시도 주어진 상황과 임무에 맞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상현은 시범경기 초반 팀 배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까지 3경기를 치른 김상현의 타율은 3할7푼5리(8타수 3안타)에 1타점. 전체 7위(공동)에 해당한다. 8개 구단 4번타자 중 김상현보다 타율이 높은 타자는 박정권(SK)과 홍성흔(롯데) 뿐. 출루율은 4할4푼4리로 공동 5위다. 힘을 앞세워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정확하게 팀배팅을 하고, 출루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모습. 아직 시범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그리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무욕의 4번타자' 김상현이 정규시즌에서도 알찬 활약을 이어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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