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미묘한 시기에…."
지난 20일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KGC와 KT의 경기가 벌어진 안양실내체육관. 농구인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 이가 있다.
이종걸 대한농구협회장이다. 이 회장은 3선의 중진 의원(민주통합당 )이며 이번 4·11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하기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이 회장은 이날 체육관을 방문해 장내 아나운서로 하여금 농구협회장 자격으로 소개를 받고 체육관을 꽉 메운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회장의 방문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측은 경기 1시간 전에 이 회장의 방문 사실을 통보를 받았다.
비록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한국농구연맹) 총재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농구협회장이 프로농구 경기장을 방문한 것은 일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 이유가 따로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가 안양 만안구인 데다,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예비후보자인 이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스포츠 경기장 같은 장소에서 자신의 업적을 선전하거나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 한 의례적인 인사 정도는 허용된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농구인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잠재적 유권자들이 모인 스포츠 축제를 발판 삼으려 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 이 회장은 전날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실시된 2012시즌 대학농구리그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구인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대학농구리그는 대학농구연맹이 공부하는 학원 스포츠와 꿈나무 육성을 위해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젊음의 농구잔치다. 이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농구협회의 산하 기관중 하나가 대학농구연맹이다.
"아마추어 농구의 수장으로서 정작 아마농구의 꽃인 대학농구 개막식은 외면한 채 미묘한 시기에 안양 프로농구장을 방문한 것은 오해 사기 충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의 의원사무실 측은 "다른 일정을 소화하던 중 때마침 안양에서 플레이오프가 열린다고 하길래 주변에서 한 번 가보자고 해서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한 지방 프로농구팀에서 공천 신청을 낸 후보자가 경기를 한참 관전하던 중 측근에게 "근데, 어떤 유니폼이 우리 편이냐?"라고 물어 구단 관계자들의 맥이 빠지게 한 해프닝도 있었다.
프로농구인들은 "공교롭게 챔피언결정전이 총선 직전까지 이어진다. 앞으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면서 "정치인들의 방문에 구단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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