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선수들은 18일 인천과의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시즌 첫 승을 짜릿했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4라운드 상대에 다리 힘이 풀렸다. K-리그 3연승을 달리던 울산이었다. 이근호와 김신욱 등 초특급 공격수에 수비는 A대표팀 주장 곽태휘가 이끌고 있었다. 3경기에서 6골을 넣었고 1골만 내주었다. 압도적인 전력차 앞에서 대구 선수들의 어깨는 축 처졌다.
모아시르 대구 감독으로서는 묘책이 필요했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어야 했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처방은 '동영상'이었다. 20일 모아시르 감독은 선수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비디오를 틀었다. 선수들은 으례 있는 비디오 분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화면에는 축구장이 아닌 무대가 하나 덩그러니 나왔다. 앳된 청년이 하나 나왔다. 외모로는 별로 볼 것이 없었다. 그가 입을 열고 노래를 부르는 순간 선수들은 매료됐다.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화면 속 청년의 멋진 노래가 마무리됐다. 모아시르 감독은 선수들에게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몇몇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한국의 폴 포츠' 최성봉(22)이었다. 3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가 된 최성봉은 5살 때 고아원을 뛰쳐나왔다. 10여년간 대전동부터미널 근처 유흥가를 전전하며 껌을 팔았다. 어느날 성악에 매료된 최성봉은 어려움 끝에 대전예고에서 2009년 학업을 끝마쳤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최성봉은 지난해 TV오디션 프로그램인 '코리아 갓 탤런트'에 출연했다. 그의 스토리는 핸드폰 외판원 생활을 하다 TV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성악가로 발돋움한 폴 포츠와 닮아 화제가 됐다. 비록 프로그램에서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성봉은 '기적의 아이콘'이 됐다.
모아시르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노력을 멈추지 않은다면 최성봉처럼 잘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들은 프로 선수들이다. 최성봉처럼 노력한다면 못 이길 상대는 없다"고 격려했다.
모아시르 감독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25일 울산과 마주한 대구 선수들의 눈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울산 선수들의 이름값에 주눅들지 않았다. 자신감있게 맞부딪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체력이 떨어진 울산 선수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때때로는 울산 선수들을 압도하기도 했다. 대구는 전반 12분 터진 마테우스의 골과 수비수들이 몸을 던지는 투지를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최성봉을 끄집어내 팀을 승리로 이끈 모아시르 감독은 "선수들의 투지가 좋았다. 오늘은 선수들이 행복해할 권리가 있다. 승리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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