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다시 한번 긴장감을 끌어올린 계기였죠."
지난해의 삼성 오승환은 말 그대로 '극강'의 모습이었다. 54경기에 나와 방어율 0.63에 1승47세이브. 홈런도 딱 2개만 맞았을 뿐이다. 그가 나오는 순간, 상대팀은 역전의 희망을 고이 접어 마음속 서랍 깊숙한 곳으로 몰래 밀어넣곤 했다. 그래서 오승환의 별명은 '끝판대장' 이었다.
오승환이 지난해의 압도적인 위용을 올 시즌에도 뿜어낼 기세다.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오승환은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나와 세이브를 챙겼다. 전날에 이은 이틀연속 세이브다. 오승환은 이날 팀이 5-4로 앞서던 9회 나와 1이닝 동안 1안타 2삼진으로 무실점하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2사 후 김주찬에게 맞은 2루수 앞 내야안타는 코스와 타구 스피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일종의 럭키안타였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후 오승환을 만났다. "몸상태도 좋고, 구위도 생각대로 잘 나오네요." 오승환은 특유의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스로도 현재 시범경기를 통한 테스트 상황이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오승환은 "이틀 연속 세이브는 사실 시범경기라 큰 의미는 없어요. 그래도 날씨가 따뜻해지니 던지기도 편하네요"라며 현재 몸상태가 좋다고 밝혔다.
특히, 오승환은 지난 21일 인천 SK전에서 프로 3년차 안정광에게 맞은 홈런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안정광은 오승환에게 홈런을 치기 전까지 1군 무대에서 단 한 차례도 홈런을 친 적이 없는 인물. 그런 선수에게 홈런을 맞았으니 정신적인 데미지도 상당할 듯 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그때 맞은 홈런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그 전까지 마음이 헤이해졌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뭐랄까 그냥 '어~어~'하면서 흘러갔었거든요. 훈련 일정 있으면 훈련하고, 경기하면 경기하고. 근데 홈런을 맞아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게 된 계기였죠"라고 설명했다.
결국 오승환을 다시 '극강모드'로 만들어준 것이 안정광으로부터의 홈런이었다는 뜻이다. 오승환은 "지난해 워낙 좋은 기록을 남겨서 팬들의 기대치도 높을 거에요. 그러다보니 다소 부담감도 있어요"라면서 올 시즌에는 특별히 세이브 갯수에 목표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오승환이 세운 목표는 '블론 세이브 0'이다. 오승환은 "제 앞에서 여러명의 투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서 세이브 기회가 온 거잖아요. 그런 노력들을 생각해서라도 올해는 블론세이브를 안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오승환은 늘 "어린 선수들에게 마무리나 불펜투수도 대단히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날도 오승환은 말했다. "신인 투수들은 누구나 선발을 목표로 하는데, 제가 잘하면 언젠가 마무리나 필승계투를 목표로 삼는 후배들도 나올거에요. 그때까지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끝판대장' 오승환은 올해도 상대팀의 '역전희망 파괴자'로 군림하게 될 듯 하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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