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양승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이다. 최근 몇년 간 롯데가 시범경기에서 1위를 했는데, 정규시즌과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더라"고 했다.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정규 시즌 개막에 앞서 동계 훈련 기간의 성과를 체크하고, 선수를 점검하는 무대다. 시범경기 결과가 정규 시즌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부 팀은 승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시즌 꼴찌팀이 시범경기 1위를 달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정규 시즌 최하위 넥센 히어로즈가 29일 현재 6승3패로 시범경기 선두다. 한쪽에서는 "시범경기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도 분명 이변은 이변이다. 만만하기만 했던 넥센, 그들은 뭐가 달라진 것일까.
이기는 습관이 생겼다
전력이 약한 팀일수록 자주 이겨 이기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연습경기는 물론, 시범경기에서도 이겨봐야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면에서 넥센은 최상의 분위기이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 초반 리드를 내주면 선수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욕을 잃고 무너졌다. 약팀의 경기 패턴이 그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를 뒤집어 역전승을 거두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자신감과 이에 따른 집중력, 팀 방어율과 팀 타율이 1위가 아닌데도 넥센이 선두를 질주하는 이유다.
기록은 보면 달라진 넥센을 금방 알 수 있다.
넥센이 거둔 6승 중 3승이 역전승이고, 2경기는 동점 상황에서 이겼다. 역전승이 이어지고, 경기 후반 분위기 전환이 이뤄지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시범경기와 정규 시즌은 별개라고 하지만 이겨본 상대를 정규시즌에서 만난다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약팀에게 시범경기 결과는 단순한 기분풀이가 아니다.
부상선수 없이 동계훈련을 소화한 것도 넥센 상승세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KIA전. 1회말 안타를 치고 나간 넥센 3번타자 이택근이 4번 박병호 타석때 리드를 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믿음이 믿음을 낳았다
김시진 감독이 꼽은 올시즌 투타 키플레이어는 이택근과 박병호, 투수 강윤구이다. 특히 이택근이 친정팀 넥센에 합류하면서 타선에 구심점이 생겼다. 성적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 시즌 중에 LG에서 이적한 박병호를 일찌감치 4번으로 낙점했다. LG 시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입지가 불안했던 박병호는 매 경기 바짝 긴장해야 했다. 마음 편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넥센 유니폼을 입은 후 달라졌다. 김시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다하더라도 출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시진 감독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4번 타자답게 제 스윙을 하고 당당하게 들어오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박병호는 29일 롯데전에서 홈런 2개, 2루타 1개를 터트리며 2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김시진 감독의 믿음이 서서히 성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시진 감독은 올시즌 박병호에게 타율 2할7푼, 25홈런, 70타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일부 포지션에서는 강한 믿음으로 선수를 밀어주면서도, 좌익수 등 몇몇 포지션은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한다.
그래도 숙제는 있다
단숨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호성적 이면에 허점도 눈에 띈다.
우선 내야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최근 4경기에서 1루수와 유격수, 3루수 실책이 나왔다. 시범경기에서는 부담이 덜하겠으나 정규시즌 실책은 승패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
주축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핸디캡이 될 수 있다. 주포인 박병호는 올해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다.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가 올해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개인적으로 크게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박병호는 올해보다 내년, 내년 보다 그 다음이 기대되는 선수다"고 했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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