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4대8→14대12'김경아의 투혼이 이끈 감동의 4강드라마

by 전영지 기자
◇한국탁구여자대표팀의 맏언니 김경아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Advertisement

"여기서 물러났다가는 길이 없겠다. 무조건 해야겠다."

Advertisement

30일(한국시각)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단체전) 일본과의 8강전 5단식에 나선 한국대표팀의 '맏언니' 김경아(35·대한항공·세계 16위)는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5세트, 일본의 왼손전형 에이스 이시카와 가스미(세계 6위)에게 4-8, 더블스코어로 밀리는 상황. 작심하고 나온 1단식에서 후쿠하라 아이(세계 11위)의 작전에 말리며 2-3으로 패했다. 마지막 5단식의 마지막 세트, 다시 한국대표팀의 명운이 그녀의 손끝에 걸렸다. 11점제 탁구에서 8점을 먼저 따낸 팀은 이미 승리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승리를 확신한 일본대표팀에선 슬며시 미소가 번져나왔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 '깎신' 김경아가 공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과감한 서비스와 예리한 커트 공격에 이시카와가 흔들렸다. 8-6으로 따라잡았다. 무라카미 야스카즈 일본 감독이 다급하게 타임아웃을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흐름을 탄 김경아는 5점을 연거푸 따내며 9-8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시카와가 다시 2점을 따내며 10-9, 매치포인트에 먼저 도달했지만, 김경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베테랑답게 침착했다. 10-10, 11-10, …13-12… 결국 피말리는 듀스 접전은 14-12로 종결됐다.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김경아가 두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뜨겁게 환호했다. 일본 벤치는 고개를 숙였다. 한국여자탁구가 8년만에 4강행에 성공한 짜릿한 순간이었다. 국제탁구연맹(ITTF) 사이트는 '도르트문트의 드라마'라고 명명했다. 2년전 모스크바세계선수권 8강에서 일본에 2대3으로 지며 5위에 그친 아픔을 보란듯이 설욕했다.

Advertisement

이날 한국은 1-2단식에서 김경아, 석하정(27·대한항공·세계 24위)이 후쿠하라, 이시카와에 연패하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3단식에서 당예서(31·대한항공·세계 43위)가 히라노 사야카(세계 13위)를 3-1로 돌려세우며 역전의 물꼬를 텄다. 이어 석하정, 김경아가 각각 후쿠하라 이시카와를 잡으며 세트스코어 3대2의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세계 6위, 11위, 13위의 랭킹이 말해주듯 최근 일본여자탁구의 성장세는 눈부셨다. 탁구신동 출신 '얼짱 스포츠스타'로 열도를 사로잡은 '아이짱' 후쿠하라와 일본의 톱랭커, 10대 왼손 에이스로 사랑받는 이시카와는 가는 곳마다 구름팬을 몰고 다닌다. 일본 방송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생중계한다. 일본 팬들의 원정 응원전 역시 '안방'을 방불케할 정도다.

Advertisement

한국탁구는 랭킹에서도 인기에서도 불리했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한일전, "무조건 해야겠다"던 서른다섯살 여전사 김경아의 투혼, 한국탁구의 저력을 보여준 짜릿한 역전 드라마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투혼의 여자탁구대표팀은 31일 오후 싱가포르와의 4강전에서 대망의 결승행을 다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