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만큼만 하자."
한화 한대화 감독이 박찬호를 올시즌 선발로 출발시키겠다고 낙점했다.
한 감독은 이같은 방침을 1일 KIA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전부터 박찬호 선발을 암시해왔다.
지난 28일 SK전을 앞두고 "박찬호가 적지 않은 나이에 뛰고 있다. 그런 선수가 중간에 대기하도록 한다는 게 쉽지 않을 일"이라며 박찬호 선발로 마음을 굳혔음을 내비친 바 있다.
박찬호의 선발 확정은 일종의 모험이다. 박찬호는 지난 시범경기에 2차례 등판해 8⅓이닝 동안 16안타 12실점으로 무려 12.96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둔 박찬호의 관록을 믿는다고 했다. 막연히 믿는 것은 아니다. 전제 조건이 있다. 한 감독이 평소 박찬호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사항을 명심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한 감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를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찬호는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2개월여 동안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팀내 투수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컨디션 향상 능력을 선보였다.
한 감독이 특히 기억하고 있는 박찬호의 모습은 지난달 29일 오키나와 킨스타디움에서 가진 KIA와의 연습경기 투구였다. 당시 박찬호는 첫 실전 피칭에 나서 3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삼진 4개를 잡아내는 대신 안타는 1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박찬호는 이날 볼넷을 1개도 허용하지 않고, 능숙한 제구력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등 합격점을 받았다.
한 감독은 "최고의 투수 출신인 상대팀 선동열 감독도 박찬호의 피칭을 칭찬하지 않았나. 그 때 만큼만 해도 괜찮은데 그 보다 더 잘 던지려고 하니까 스스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로서는 한국으로 복귀한 뒤 첫 시즌을 앞두고 있으니 연습으로 치른 경기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을 것이다.
한 감독도 박찬호의 이런 심정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더 잘해야 겠다는 부담감에 스프링캠프 때 심적 부담이 덜한 상태에서 찾았던 투구 감각을 잃어버리는 게 우려스러운 것이다.
한 감독은 박찬호의 이런 부담감이 최근 시범경기에서 그대로 투영됐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또 주문하는 것이 한국 타자들의 선구안을 빨리 인정하고 맞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박찬호도 느꼈겠지만 한국 타자들이 선구안이 좋아 2스트라이크 이후 유인구가 통할지는 몰라도 1스트라이크 이후 유인구에는 잘 속지 않는다, 맞혀잡는 승부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한 감독의 바람이다.
타자에게 맞는 걸 피하려고 자꾸 완벽한 제구로 승부를 하려고 하니까 볼 카운트에서 몰리고, 또 거기서 안맞으려고 하다가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제구가 안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된다. 박찬호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급히 풀어내야 할 과제다.
한 감독은 이번 시범경기부터 박찬호를 비롯한 신경현, 강동우 등 고참급 선수들에게 원정경기시 숙소 1인1실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고참들에 대한 예우 차원이기도 하지만 박찬호가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그동안 한국식 팀 문화 적응을 위해 후배들 챙겨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으러 차분히 준비하길 기대한다.
한 감독은 박찬호에게 시즌 개막 선물로 보여준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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