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쿼터 종료 직전 경기 스코어는 57-57. 양팀은 숨막힐 듯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공격권은 동부였다. 동부 선수들의 패스가 앞선에서 오가던 순간, 빨간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날쌔게 공을 가로채 속공을 성공시켰다. 이정현이었다. 경기 내내 리드를 당하던 KGC가 역전을 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세가 오른 이정현은 4쿼터 시작하자마자 상대 수비를 달고 골대 왼쪽 45도 지점에서 기습적인 3점슛을 날렸다. 공이 림을 통과하는 순간 이정현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처음으로 그는 활짝 웃었다.
KGC 이정현이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며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이정현은 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하며 팀의 ()승리에 공헌했다. 물론 객관적인 성적은 오세근(16득점), 양희종(15득점) 등에 뒤졌다. 하지만 팀에 득점이 가장 필요한 순간 정규리그에서 보여주던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다.
많은 팬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이정현의 플레이는 매우 화려하다. 외모도 남자답다. 얼핏 보면 매우 외향적인 성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정현은 팀 내에서 가장 내성적인 성격이다. 말수도 별로 없다. 성격도 소심한 편이다. 매경기 전 만나면 "긴장 하나도 안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말투가 살짝 떨렸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적잖이 긴장을 했나보다. 정규리그 때 그렇게 정확하던 외곽슛이 터지질 않았다. 던지는 슛마다 림 앞부분을 맞고 튀어나왔다. 슈터들에게는 말그대로 '굴욕'이다.
정규리그 평균 9.6득점을 하던 이정현이 터지지 않으니 KGC는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1차전 3득점, 2차전 3득점, 3차전 2득점, 4차전은 무득점이었다. 이정현은 웃으며 "그래도 꾸준히 한 골씩은 넣었었는데 4차전은 한골도 못넣었네요"라며 웃고 말았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절치부심 5차전을 준비했다. "이정현만 터지면 KGC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정확했다. 그의 결정타에 동부산성은 무너지고 말았다.
경기는 앞선 4경기와 마찬가지로 매우 팽팽했다. 하지만 경기는 4쿼터 허무하게 승부가 결정되고 말았다. 동부 벤치와 선수들은 김주성이 1쿼터에만 파울 3개를 범하는 등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리는 등 주심의 판정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터질게 터졌다. 골밑에서 22득점하며 분전하던 로드 벤슨이 폭발했다. 상대 수비에 파울판정을 하지 않는다고 심판에 격하게 항의를 했다.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지만 말릴 수 없었다. 심판진은 벤슨에 테크니컬 파울을 1개 더 선언하며 퇴장시켰다. 벤슨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며 흥분한 채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08~09시즌 KCC와 삼성의 챔피언결정전에서 KCC 용병 칼 미첼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당한 이후 다시 나온 불상사였다. 동부 강동희 감독도 이후 파울 판정에 격분, 격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하고 말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감독이 퇴장당한 것은 역대 첫 사례다.
그렇게 경기가 중단됐다. 코트에 물병이 날아들었다. 선수들이 걸레를 들고 나와 코트를 닦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챔피언결정전의 격에 맞지 않는 장면이었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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