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2012년 프로야구를 '1강 7중'으로 예상하고, 한쪽에서는 '8강 8중', 혹은 '8강 8약'이라고 한다. 매년 시즌 개막을 앞서 등장하는 틀에 박힌 전망이 올해도 어김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예의 상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최하위로 꼽히는 팀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다. 특히 넥센이 자주 꼴찌 후보로 오르내린다. 그럴만도 하다. 다른 구단처럼 든든한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수준급 외국인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타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김병현(33)과 이택근(32)의 합류로 지난해보다 전력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여전히 최하위 전력이라는 게 대다수 야구인들의 평가다.
그러나 양준혁 SBS 야구 해설위원(43)은 지난해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꼴찌였던 넥센을 4강 후보로 꼽는다. 2008년 프로야구에 참가한 넥센은 그동안 6~8위에 머물렀다.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현역에서 은퇴해 해설가로 나선 양 위원은 어떤 근거로 넥센의 4강을 예상하는걸까.
강윤구-문성현-김병현, 10승 문제없다
양 위원도 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해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등 4강 후보들의 알찬 전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20대 젊은 선수가 중심이 된 넥센의 잠재력, 특히 투수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일단 외국인 투수 나이트, 헤켓을 빼고도 강윤구(22)와 문성현(21) 김병현이 10승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양 위원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실질적인 제1 선발 강윤구와 3년차 영건 문성현이다. 양 위원은 "강윤구는 현역 때 직접 공을 쳐봐서 잘 안다. 김광현(SK)처럼 공을 뿌리는 지점이 높고 공끝이 굉장히 좋다. 타자가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진다. 성장속도가 빨라 올시즌 충분히 10승을 가능하다. 문성현 또한 해마다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지난해보더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했다. 물론, 한 시즌 부상없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의 예상이다.
3월 2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벌어진 넥센-롯데전. 7회초 박병호가 1점 홈런을 터트린 뒤 3루를 돌고 있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프로 4년차인 강윤구는 지난해 3승1패(방어율 2.14), 문성현은 5승12패(방어율 4.34)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전 때 김병현의 투구를 꼼꼼히 살펴봤다는 양 위원은 "직구가 좋았는데, 몸이 만들어지면 그때보다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다. 투수진의 구심점 역할뿐만 아니라,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호령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양 위원은 중간계투진의 이보근(26)과 김성태(30)이 안정됐고, 검증된 마무리 손승락(30)이 듬직하다고 했다.
박병호 30홈런 친다
이름값은 다소 떨어진다고하지만 이택근(32)-박병호(26)-강정호(25)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알차다. 3번 이택근은 두 말할것 없이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타선의 리더. 3할 타율에 20도루는 기본이다. 2005년부터 6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으니 추가 설명은 사족이다.
여기에 4번 박병호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더해진다. 양 위원은 "소총과 대포는 스윙이 다르다. 일반적인 선수는 어쩌다 잘 맞아서 넘어가는 것이고, 박병호는 홈홈런스윙을 갖고 있다. 사실상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인데 홈런 30개 이상을 터트릴 것이다. 이택근과 박병호가 만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고 했다. 타율 2할7푼에 30홈런, 80타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양 위원은 "선구안이 조금 부족한데, 박병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긍정적인 면이 굉장히 많다. 워낙 자질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볼을 보는 눈이 계속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는 박병호가 잠재력을 활짝 꽃 피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심타선의 한 축인 5번 후보 강정호(25) 유한준(31) 또한 배트 컨트롤이 좋아 상대 투수가 쉽게 볼 수 없는 타자다. 양 위원은 강정호가 타율 3할에 20홈런, 유한준이 3할 타율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하위타선의 베테랑 송지만(39)의 한방이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했다.
걱정되는 면도 있다. 김시진 넥센 감독도 아쉬워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1,2번 타순의 테이블 세터가 약하다. 유력한 1,2번 후보인 장기영(30) 김민우(33)가 출루율을 높여 중심타선에 찬스를 만들어줘야 한다. 양 위원은 이점을 지적하면서도 "아쉬운 부분도 있으나 지난해보다는 분명 나아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해볼 게 없다
넥센을 뺀 7개 구단의 목표는 우승. 대놓고 말하든, 아니면 슬쩍 4강을 이야기하든 최종 목표는 우승이라고 봐야 한다. 재벌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만큼 윗분(?)들의 기대치가 높고, 부담이 엄청나다. 반면, 넥센은 한 번도 우승을 말한 적이 없고, 기껏해야 4강 정도를 언급할 정도다. 다른 팀에 비해 압박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양 위원은 넥센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팀', '본래 전력을 감춘 팀', '한번 바람이 불면 무섭게 치고나갈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 양 위원은 "마라톤으로 치면 넥센을 제외한 7개 팀은 계속 선두에서 헉헉대며 달려야 하는 선수다. 반면, 넥센은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하고, 선두 뒤에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갈 수 있는 힘을 지닌 선수같다"고 했다.
많은 야구인들이 꼴찌후보로 지목하고 있는 넥센. 그들의 숨겨진 힘을 주목하고 있는 양 위원의 예상은 과연 맞을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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