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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과 아이들' 제대로 사고쳤다

by 김용 기자
6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2011-2012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안양 KGC와 원주 동부의 6차전 경기가 열렸다. 안양 오세근이 원주 윤호영의 수비를 제치며 골밑슛을 성공시키고 있다.원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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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이상범 감독은 선수들을 지칭할 때 항상 '아이들'이라는 단어를 쓴다. 보통 감독들이 "우리 선수들은…"이라고 말을 이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정감있는 표현이다. 젊은 감독인데다 평소 스타일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 감독 만의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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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 감독과 아이들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리빌딩이 완성된 첫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이 열리기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동부의 완승을 전망했지만 이 감독은 젊은 감독의 패기와 뚝심으로 '동부산성'을 무너뜨렸다. KGC는 6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66대64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말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3년에 걸친 리빌딩, 모두들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암흑기를 거쳐 좋은 선수들을 뽑을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어떤 팀도 3시즌을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농구 드래프트 규칙상 하위 4개팀 중 1팀이 1순위 지명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선택은 도박에 가까웠다. 3년간 하위권에 처지며 수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고 이 감독은 양복 상의에 항상 사표를 품고 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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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은 이 감독을 버리지 않았다. 2년 연속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의 마지막 정점을 찍었다. KGC가 3년간의 리빌딩을 계획한 것은 어쩌면 중앙대 출신의 '괴물센터' 오세근을 뽑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오세근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이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됐다.

리빌딩을 시작하며 군에 입대시킨 김태술, 양희종, 김일두가 모두 돌아왔다. 꿈에 그리던 라인업이 완성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다재다능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마지막 숙제가 이 감독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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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단 하나의 신념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이 감독은 "기술적인 면을 아이들에게 지도하는게 내 역할이 아니었다. 나는 아이들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감독으로서 꺼내기 쉽지 않은 말도 했다. 이 감독은 "감독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 돼야한다. 선수들이 주연"이라며 "내 역할은 크지 않다. 챔피언결정전을 보고있으면 아이들이 알아서 플레이를 잘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팀의 우승을 이끈 감독이 자신의 공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모습, 그 특유의 '친형 리더십'이 젊은 선수들을 미친 듯이 뛰게 했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릅다지 않나"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상범과 아이들' 제대로 사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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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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