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지난해 전남만 만나면 작아졌다.
전력차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상하게 꼬였다. 그 중심에는 전남 수문장으로 변신한 이운재가 있었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수원에서만 15시즌을 뛴 이운재다. 다른 팀보다 수원 공격진을 막아내는게 더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뛰어난 문전 장악력과 수비 조율 능력을 갖춘 이운재가 진두지휘하는 전남 수비진 앞에 수원은 진땀을 뺐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수원 입장에서는 '이운재의 저주'라고 생각할 만하다.
올해는 이런 구도에 변화가 올 듯 했다. 이운재는 예년에 비해 순발력이 다소 떨어지면서 실점률이 다소 높아졌다. 전남의 수비벽도 얇아졌다. 반면 수원은 기존 스테보와 하태균에 조동건, 라돈치치를 보강하면서 화력을 키웠다. 수비도 예년에 비해 단단해지면서 전남과의 전력차는 더 벌어졌다. 올해는 수원이 '이운재의 저주'를 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수원은 '이운재의 저주'에 또 울었다. 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가진 2012년 K-리그 6라운드에서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수원 공격수들은 전남 문전 앞에만 가면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힘을 쓰지 못했다. 슈팅은 붕 뜨거나 빗맞았고, 측면 크로스는 공격수의 머리나 발이 아닌 상대 선수에 안기기 일쑤였다. 전남 수비진은 빼어난 수비 조직력으로 수원 공격진을 애먹게 만들었다. 윤 감독은 조동건과 하태균, 박종진을 차례로 투입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렸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수원이 기록한 슈팅은 6개, 유효슈팅은 단 두 개에 그쳤다. 전남(슈팅 9·유효슈팅 2)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수원이 결코 원하지 않던 결과다. 주중 포항(11일), 주말 대구(14일)를 잇달아 상대해야 한다. 왕복 반나절이 소요되는 전남 원정에서 격전을 치르며 육체와 정신 모두 피로해 졌다. 무승부로 승점 1 추가에 그치면서 제주에 1위 자리를 넘겨준 것도 신경이 쓰일 만한다. 윤 감독은 "(1위 자리를 내준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이운재'라는 이름 석 자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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