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남'의 박시연이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보다 섹시할까.
섹시한 여자라면 눈 돌아가는 남성들만의 쓸데없는 관심사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11일 개봉하는 '간기남'의 성패가 달려있다. 이 영화에 박시연의 파격 노출신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김형준 감독은 "이 영화의 시작이 팜므파탈이고 학창 시절에 봤던 영화 '원초적 본능'에 대한 오마주가 어느 정도 있다"며 "그렇다 보니 노출에 대한 묘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시연과 샤론스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원초적 본능'이 개봉한 것은 20년 전이다. 당시 샤론스톤이 34세였다. 올해 박시연이 33세로 비슷한 나이다. 큰 키의 늘씬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샤론스톤이 1m74, 박시연이 1m70이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관능적인 분위기도 묘하게 닮았다. 섹시한 이미지의 여배우로 통한다는 것도 공통점. 이쯤 되면 두 사람 모두 한, 미를 대표하는 팜므파탈 여배우로서 맞대결을 펼칠 만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 속 모습은 어떨까?
샤론스톤은 '원초적 본능'을 통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경찰서에서 살인 용의자로 취조를 받으며 짧은 스커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꼬는 신은 명장면 중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차례 패러디됐다. 샤론스톤은 이 영화를 통해 여린 여성의 모습과 섹시하고 치명적인 모습을 동시에 표현했다.
'간기남'을 보면 김형준 감독이 박시연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느껴진다. 박시연이 요가 동작을 선보이는 장면과 전라 노출을 하는 장면이 백미다.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드러내려 했다는 점에서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간기남'의 박시연은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팜므파탈의 매력이 진하게 배어 나오지 못했다.
박시연의 외모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영화 속 캐릭터는 외양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매력적일 수도, 밋밋할 수도 있다. 또 주변 환경과 스토리의 전개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간기남'은 스릴러로서의 매력이 부족해 보인다. '원초적 본능' 만큼의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극을 이끌어가는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다 보니 치명적 매력을 발산해야 할 박시연의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나질 못했다.
다만 헐거워진 이 빈틈을 유쾌한 웃음으로 채울 수도 있을 듯하다. 김정태 이한위 이광수 등 조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의 코믹 연기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김형준 감독은 스릴러에 코믹이 버무려진 '간기남'을 "변종 스릴러"라고 표현했다. 박시연과 주연 호흡을 맞추는 박희순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스톤의 '유혹의 희생양'이 됐던 마이클 더글라스 못지않다.
섹시스타 박시연을 내세운 '간기남'이 관객들을 제대로 유혹할 수 있을까. 11일 개봉한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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