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 몰리나. 아디 FC서울의 세 선수 몸값이 우리 팀 18명의 몸값입니다. 이해되시겠어요?"
안익수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11일 K-리그 7라운드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직후 '궁극의 수비축구'에 대한 질문에 대뜸 '몸값' 이야기를 꺼냈다. 경기 직전 "서울 같은 멤버가 있으면 굳이 잠그겠나.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던 말과 궤를 같이 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궁극의 수비'를 택했다는 뜻이다.
이날 부산이 '초호화군단' 서울의 창에 대처하는 방식은 역시 '전원 수비'였다. '신공(신나게 공격)' 성남 때 보았던 숨 막히는 '질식 수비'가 재현됐다. 필드플레이어 10명이 서울 진영에 다닥다닥 포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최전방 공격수 방승환을 제외한 9명은 서울의 공세 때마다 페널티박스 안에 늘어섰다. 스리백은 파이브백으로 순간변신해 데얀(3골)과 몰리나(5골)를 90분 내내 압박했다. '데몰리션 콤비'는 짜증스럽기까지 한 부산 수비에 꽁꽁 묶여 좀처럼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역시 한솥밥을 먹었던 안 감독의 수비 전술을 이미 꿰뚫고 왔다. "안 감독의 수비 조직력은 뛰어나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왔다"고 했었다. '각본 있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데얀과 몰리나의 집중마크를 예상했다. 한두번 찬스를 효과적으로 살렸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부산 수비축구의 컬러와 가치를 인정했다. "부산은 수비적으로 좋은 전력을 갖춘 팀이다. 올해는 조직적으로 더 잘 다져졌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각 팀마다 컬러가 있다. 물론 우리는 계속 공격적인 색깔을 지향하겠다"는 소신을 덧붙였다.
수비축구에 대한 철학을 묻는 질문에 안 감독은 "화려하고 멋진 축구를 하고 싶지 않은 감독은 없다"고 전제했다. "우리 팀이 처한 환경, 스쿼드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한다. 그 결과 얻어낸 우리 팀 컬러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과의 계약 옵션으로 인해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서울 출신 센터백 박용호 역시 수비축구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수비 축구에 대해 다른 팀 동료들은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우리팀의 전술이자 팀 컬러다"라고 밝혔다. "지독한 훈련을 통해 끝없이 연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산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훈련 스케줄만큼은 타협이 없다. 밀집수비의 끈끈한 조직력은 부단한 연습에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호랑이선생님 만나 고생이 많다" 무뚝뚝한 안 감독이 싱긋 웃었다.
부산의 악명 높은(?) '질식수비'는 성남 '신공'에 이어 리그 최강의 '데몰리션' 콤비까지 꽁꽁 묶었다.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를 달리게 됐다. 서울은 2006년 10월 29일 이후 9차례 부산 원정에서 끈질긴 무승(6무3패) 징크스를 이번에도 떨쳐내지 못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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