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36)은 발이 빠르지 않다. 느린 편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도루를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 상대 배터리는 이승엽이 1루에 있을 때 도루를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이승엽은 간혹 이런 방심을 틈타 2루를 훔치곤 한다.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이승엽이 13일 대구 넥센전 6회 이번 시즌 첫 도루를 기록했다. 넥센 투수 밴 헤켄과 포수 강귀태 배터리의 방심을 보기 좋게 파고들었다. 볼넷으로 출루한 이승엽은 1사, 5번 타자 박석민 타석에 볼카운트 B1S1에서 3구째 2루를 훔쳤다. 이승엽은 발은 느리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센스를 갖고 있다. 상대 배터리가 전혀 견제구를 던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헤켄이 와인드업에 들어가자 마자 2루를 보고 전력 질주했다. 종종 걸음으로 달리는 걸 뒤늦게 본 포수 강귀태가 2루로 공을 뿌려봤지만 이미 이승엽은 2루에 여유있게 도착했다. 이승엽은 박석민의 좌전 안타 때 홈을 밟아 선제 득점했다. 이승엽의 도루가 침묵하던 삼성의 기선제압에 큰 몫을 한 셈이다.
이승엽이 국내 무대에서 도루에 성공한 것은 2003년 10월 4일 준 플레이오프 1차전 대구 SK전 이후 처음이다. 8년 6개월여 만이다. 정규시즌 도루는 2003년 8월 2일 대구 현대(현 넥센)전이 이후 3157일 만에 기록했다.
이승엽은 이번 시즌 전 시범경기 넥센전(3월 22일)에서도 깜짝 도루를 성공시켰었다. 당시 이승엽은 "김태균 주루코치님이 한번 뛰어보라고 해서 도루를 했다"고 말했다.
1995년 삼성으로 프로 데뷔한 이승엽은 이번 시즌까지 10시즌 동안 총 3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 실패는 19개였다. 2003년 이승엽이 아시아의 홈런 신기록 56개를 쳤을 때 그 시즌에 도루를 7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었다.
상대 배터리는 앞으로 이승엽이 1루에 있을 때 종종 견제를 해야할 것이다. 특히 삼성 타선이 침묵해 경기가 잘 안풀릴 때 이승엽의 도루를 조심해야 한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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