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10승 올려야죠."
싹쓸이 2루타의 오지환, 최다경기 출전 타이기록 류택현. 둘에 가렸지만, 선발로 등판한 한 투수의 올시즌 첫 승도 의미깊었다.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놓은 김광삼의 이야기다.
LG는 12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서 4대0으로 영봉승을 거뒀다. 김광삼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전날 18안타를 몰아친 롯데의 강타선을 산발 4안타로 막아냈다. 물론 위력적인 공은 없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1㎞. 하지만 총 70개의 공 중 변화구를 44개나 던지며 노련한 피칭을 했다. 스플리터 싱커 슬라이더 커브를 골고루 섞어 상대와의 수싸움에서 앞서 나갔다.
주자가 나가도 침착하게 맞춰잡는 모습이었다. 5회 2사 1,2루의 위기서 문규현을 2루땅볼로 잡아냈다. 6회에는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보크를 범했지만, 이어진 2사 1,3루에서 강민호를 2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활짝 웃었다.
6회까지 투구수 70개, 경제적인 피칭이었다. 하지만 김광삼은 7회초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한박자 빠른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는 LG 벤치의 특성상 적절한 교체 타이밍이었다. 김광삼 본인 역시 빠른 교체에도 아쉬움은 없었다. 팀을 위해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었다.
김광삼의 승리는 LG에게 의미가 크다. 현재 LG 선발진에 지난해 풀타임 선발로 뛴 투수는 주키치 밖에 없다. 2010년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킨 김광삼은 지난 시즌 후반엔 부진에 빠져 불펜을 오갔다. 그래도 김광삼의 경험은 소중하다. KIA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대진이나 팔꿈치 수술로 1년을 통째로 쉰 정재복은 풀타임 선발로 뛴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게다가 임찬규 임정우 등은 이제 선발수업을 받기 시작한 풋내기다.
고독한 에이스를 가진 팀은 괴롭다. 연패를 끊어줄 만한 다른 선발투수가 없기에 쉽사리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다. LG가 변칙선발을 들고 나온 이유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조장 김광삼이 주키치의 뒤를 받친다면, 선발진에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다.
김광삼은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데뷔 후 한번도 10승을 한 적이 없는데 올해는 꼭 10승을 올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단순히 개인의 10승이 아니다. 김광삼이 10승을 올려준다면, 모두가 우려했던 선발 공백은 최소화될 수 있다.
투수조장의 책임감도 돋보인다. 평소 분위기 조성은 기본이다. 경기가 한창일 땐 김광삼은 덕아웃에서 어린 투수들 옆에 앉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마운드에서 활약하며 솔선수범한다면, 그 효과는 두배가 될 것이다. 경기 후에도 포수들을 치켜세우기 바빴다. 김광삼은 "(심)광호형을 비롯한 우리 팀 포수들에게 고맙다. 지난 겨울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것을 보고 투수로서 든든했다"고 말했다.
LG 선발진에는 중심을 잡아줄 이가 필요했다. 에이스 주키치가 아무리 선수단에 잘 녹아들었다고 하지만, 외국인선수가 가진 한계가 있다. 김광삼이 그 역할을 한다면, 그리고 10승을 올려준다면 LG도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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