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은 완급조절에 능한 투수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껏 던지지 않는다. 하위타선에선 힘을 줄여 던지며 맞혀잡아 투구수를 줄인다. 그러다가 예상하지 못한 타자에게서 뜬금없이 홈런을 맞기도 하지만.
그의 풀파워는 위기 때나 볼 수 있다. 13일 인천 SK전 3회가 그랬다. 지난 7일 롯데와의 개막전서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류현진은 두번째 등판인 이날은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컨디션도 좋아보였다. 8회까지 126개(고의4구로 인한 투구수 8개 포함)의 공을 던져 4안타 3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13개의 탈삼진으로 최고 투수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149→141
1회 최고 149㎞의 직구를 뿜어내며 강하게 밀어부쳤던 류현진은 2회 들어 구속이 145㎞대로 떨어졌다. 선발투수로 길게 던져야하기에 힘을 빼기 시작했고, 3회엔 구속이 더 떨어졌다.
3회말 선두는 7번 조인성이었다. 초구를 126㎞의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던진 뒤 2구째 144㎞의 바깥쪽 직구로 유인하다가 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루였지만 여유가 있었다. 8번 이호준에게 던진 초구 바깥쪽 직구는 141㎞에 불과했다. 2구째는 131㎞의 체인지업이 가운데쪽으로 흘렀고, 이호준이 쳤으나 우익수 플라이 아웃.
9번타자는 최윤석. 올시즌 5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초구 123㎞의 슬라이더가 바깥쪽 높게 들어갔다. 그런데 최윤석이 갑자기 번트 모션을 취했다. 1사 1루에서 번트는 쉽지 않은 일. 류현진은 개의치 않고 최윤석이 치게끔 2구째 141㎞의 직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졌다. 그런데 최윤석이 번트모션을 취하더니 실제로 번트를 댔다. 한화 수비진이 당황했다. 1루수 장성호가 뛰어나와 공을 잡았다가 던지려고 할 때 공을 놓쳤다. 만약 제대로 송구가 됐다면 아웃. 급한 마음에 공을 잡아 1루로 던졌으나 뒤로 빠지며 2사 2루가 돼야할 상황이 단숨에 1사 2,3루가 됐다.
141→150
1사 2,3루서 맞이하는 타자는 정근우. 전날까지 타율 4할1푼2리로 SK 타자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데다 1회말 첫타석에서 비록 아웃되긴 했지만 좌중간으로 잘맞힌 타구를 날렸다.
류현진의 어깨가 '강철 모드'로 변신. 초구 몸쪽 직구가 빠르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스피드건에 149㎞가 찍혔다. 2구째 바깥쪽 볼도 147㎞ . 3구째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149㎞ 직구를 정근우가 휘둘렀으나 파울. 볼카운트 2S에서 류현진이 결정구로 삼은 공은 체인지업. 138㎞로 이날 던진 체인지업 중 가장 빠른 구속이었다. 빠르게 오면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정근우의 방망이는 속절없이 허공을 갈랐다.
이어 나온 박재상은 지난해 류현진에게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2007년부터 5년간 타율 4할3푼5리(26타수 10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류현진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초구는 바깥쪽 높은 볼. 150㎞의 직구였다. 2구째는 초구보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 150㎞ 직구. 박재상이 휘둘렀으나 파울이었다. 류현진은 박재상의 몸쪽을 파고 들었다. 3구째 135㎞의 슬라이더로 볼카운트 1B2S를 만든 류현진은 4구째 몸쪽 높은 149㎞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파울이 됐다. 마지막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135㎞의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박재상이 휘둘렀고 공은 배트를 지나 포수 신경현의 미트로 들어갔다. 삼진. 류현진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정근우와 박재상에게 던졌던 직구 150㎞와 슬라이더 135㎞, 체인지업 138㎞는 모두 이날의 최고 구속이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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