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복이 없었다"고 했다. KIA 선동열 감독. 과거 이야기, 즉 삼성 시절에 대한 회고다.
삼성 감독 재임 시 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계륵'같은 골치 아픈 존재들이 수두룩했다. 지난해 후반 호투로 우승을 이끌었던 매티스와 저마노는 류중일 감독 휘하였다. 그 떫떠름한 과거사가 팀을 KIA로 바꾼 현재까지 이어질 기세다.
선 감독은 부임 후 '3년 검증을 마친 외국인 투수' 로페즈와의 계약을 포기했다. "선발과 불펜에 각각 1명씩 왼손 투수가 필요했다"는 이유에서다. 구단은 선 감독의 뜻을 존중해 '왼손 찾아 삼만리'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 수준급 왼손 외국인 투수는 귀했다. 절대 수가 부족한데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야구 모두 왼손 투수를 선호했기 때문. 쓸만하다 싶으면 빅리그 진입의 희망을 버리지 못한채 선뜻 사인을 주저했다. 시간이 흐르자 선택의 폭이 줄었다. 그래서 노선을 '좌-좌→좌-우'로 바꿨다. 오른손 앤서니 르루, 왼쪽 알렉스 그라만으로 채웠다. 하지만 애써 찾은 왼손 투수가 개막 전부터 탈이 났다. 알렉스가 메디컬 체크 결과 왼쪽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된 것. 그대로 짐을 쌌다. 그나마 KBO 등록 전이라 외국인 선수 교체 한도를 소진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알렉스 대체 선수 찾기가 시작됐다. 쉽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빅리그 40승(35패, 평균자책 4.65) 투수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스프링 캠프 막판 팀에 합류했다. 수준급 투수인데다 왼손이어서 기쁨이 두배. 첫 불펜 피칭을 지켜본 선 감독도 조심스레 긍정 평가를 했다.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던 탓일까. 시범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한 라미레즈는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조금 무리했다. 개막하자마자 탈을 일으켰다. 그 역시 어깨 통증으로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최소 2주, 길게는 한달이 걸릴 수도 있다. 일단 선 감독은 "지켜보겠다"며 회복 속도를 체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구단은 만일에 상황에 대비, 새로운 외국인 투수 찾기에 들어갔다. 시즌 중 훌륭한 외국인 투수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팀의 급한 상황을 이용해 한 몫 챙기려 터무니 없는 몸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결국 라미레즈보다 더 나은 선수를 구해온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선 감독은 난감한 딜레마 상황 속에서 "외국인 투수가 개막부터 아프다고 공을 놓아버렸으니…"라며 헛헛한 미소를 짓는다. 좌완 선발 양현종마저 4월 한달간 등판이 힘든 상황. 왼손 선발은 박경태 뿐이다.
KIA는 역대로 외국인 선수 잘 뽑기로 유명한 팀. 외국인 투수에 대한 선 감독의 박복함이 광주에서 해소되는 듯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연 올시즌 종료 시점에 선 감독의 외국인 운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KIA 사령탑 선 감독의 첫 농사 결과와도 뗄 수 없는 주요 변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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