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마저 무너졌다.
'마운드 왕국' 삼성이 선발투수들의 잇단 부진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왼손 에이스 차우찬이 2경기서 평균자책점 14.14로 부진해 당분간 불펜에서 던지기로 한데 이어 이번에는 또 한명의 왼손 장원삼이 최악의 투구를 보였다. 장원삼은 17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1이닝 동안 8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올시즌 2패째.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6안타를 맞고 4사구 4개를 내줬다. 장원삼이 한 이닝은 물론 한 경기서 8실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일 대구 LG전서는 7⅓이닝 동안 6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그런대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하지만 8일간의 휴식을 가진 뒤 나선 이날 경기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난조를 보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코너워크가 화 불렀다
장원삼은 첫 타자 이종욱을 볼카운트 1B2S에서 6구째 134㎞ 슬라이더로 땅볼 처리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올시즌 처음으로 2번 타순에 포진한 손시헌에게 118㎞짜리 커브를 던지다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조금씩 불안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3번 왼손 김현수와의 대결에서 볼넷을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김현수를 상대로는 철저히 바깥쪽 승부를 걸었다. 초구 133㎞ 슬라이더가 파울이 됐다. 장원삼은 2~5구까지 모두 140㎞대 초반의 직구를 던졌다. 코스는 모두 바깥쪽이었다. 15일 롯데전까지 최근 3경기서 5안타를 몰아친 김현수의 선구안과 타격감을 감안하면 신중한 코너워크는 당연한 선택. 스트라이크존을 살짝살짝 벗어나는 직구에 김현수는 속지 않았다. 결국 볼넷이 됐다. 4번 김동주 역시 코너워크에 신경을 썼다. 초구 141㎞ 직구를 몸쪽으로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째는 126㎞짜리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그러나 김동주의 배트 컨트롤이 기가 막혔다. 공이 낮게 휘면서 떨어지자 김동주는 살짝 잡아당겨 좌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장원삼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안타였다. 이어 최준석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7구째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132㎞ 슬라이더가 떨어지지 않고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오면서 통타를 당했다. 좌중월 3점홈런. 선발투수로의 임무에 실패한 상황. 윤석민 볼넷, 양의지 사구, 고영민 볼넷에 이어 안타 3개를 추가로 허용했다. 컨트롤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완전히 무너진 이후였다.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장원삼은 시범경기에서 2게임에 나가 10이닝 동안 12안타를 맞고 6실점했다. 시범경기때도 컨디션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차우찬에 이어 2선발로 낙점받을 정도로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경험 측면에서 인정을 받았다. 역시 관건은 구위와 제구력. 투구수 100개를 소화할 수는 있지만, 아직 볼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은 '영점 조준' 단계라고 보면 된다. 시범경기서 최고가 141㎞였던 직구 스피드도 이날은 143㎞에 머물렀다. 스피드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던데다 높낮이에 기복이 있었다. 삼성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지난 8일 LG전에서도 장원삼의 구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다만 LG 타자들이 쉽게 스윙을 해줘 삼진을 8개나 잡으며 7이닝 이상을 버틸 수 있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LG와는 또 다르다. 시즌초 응집력이 돋보이고 있다. 장원삼이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삼성측은 "작년 한국시리즈(5⅓이닝 3안타 무실점) 정도는 안되지만 조금 더 게임을 치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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