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구 일부러 던져봤다."
17일 부산 롯데-SK전 8회말 1사 1,3루. SK 이만수 감독이 엄정욱 대신 올린 투수는 임경완이었다. 지난시즌이 끝난 뒤 FA로 롯데를 떠난 뒤 처음으로 오른 친정 마운드였다. 시범경기때 오른 적이 있었지만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서 느끼는 차이는 엄청나다.
게다가 임경완은 최근 등판에서 출루를 시키는 경우가 잦아 위기상황에서 친정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모험이었다.
특히 상대는 강민호. 2007년부터 5년을 함께 했기에 누구보다 임경완의 구질이나 버릇까지 아는 사이다. 임경완은 롯데와 상대하는 것에 얘기할 때마다 "민호가 나에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상대하기 힘들것 같다. 청백전때도 내 공을 잘쳤다"며 강민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초구를 던지기 전 1루에 슬쩍 견제구를 던졌다. 당시 강민호에 대한 응원가가 울려퍼지고 있었는데 견제구를 던졌으니 응당 나와야할 "마"를 외쳐야할 차례. 몇몇 팬들이 스스로 "마"를 외쳤지만 롯데 응원단은 그대로 '강민호 송'을 불렀고, 관중도 그대로 노래를 했다. 3-2의 박빙의 리드로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 1,3루의 찬스. 당연히 상대를 압박해야했지만 시즌 전 롯데 응원단에서 임경완에 대한 '전관예우'로 올시즌에 한해 경기마다 견제구 한번은 봐주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
임경완은 경기후 "견제구를 일부러 던져봤었다. 진짜 '마'를 외치지 않고 그냥 응원을 하더라"며 웃었다. 견제구를 더 던져보지 그랬냐는 질문에 "1루주자 (박)종윤이가 리드가 별로 크지 않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처음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거라 실제로 나가면 평상심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연습때부터 억누르려고 애썼다"는 임경완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갔고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몸쪽 공으로 강민호를 유격수앞 병살타로 처리한 뒤 오른손을 불끈 쥐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위기 상황이라 민호와 승부가 힘들었는데 서클체인지업으로 간 것이 병살타로 연
결됐다"고 했다. 정은 정이고 승부는 승부. 임경완은 "지니까 정말 아쉽더라"며 SK맨이 다 됐음을 알렸다.
롯데 응원단이 임경완에게 '마'에 대해 전관예우를 해주는 것이 야구팬의 흥미를 끄는 것은 그만큼 '마'응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예전 사직구장의 대표 응원 문구는 '아주라'였다. 파울공이 관중석에 떨어졌을 때 어른이 주우면 아이에게 공을 줘라는 뜻.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야구팬이 되는 따뜻한 문화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사직구장의 대표 응원은 '마'로 바뀌었다. 최근 관중석에서 "아주라"라는 외침은 듣기 힘들다. 공을 주운 어른이 그 소리가 들리기 전에 바로 아이에게 줘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라'는 관중들 사이의 재미지만 '마'는 상대편에게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외침이다. 2만여명이 응원단장의 지휘로 일사분란하게 외치는 "마"는 그 어떤 응원문구보다 짧으면서도 파괴력이 크다.
상대 투수들은 외부적으론 "경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나에게 응원하는 것으로 즐겼다"라고 하지만 사석에서는 압박감이 크다고 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특히 신인급의 어린 투수나 외국인 투수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온다.
2010년 LG에서 마무리로 활약했던 일본인 투수 오카모토 신야는 한국에서 한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롯데 팬들의 '마' 함성을 꼽기도 했다. 오카모토는 "사직구장에서 나오는 '마'는 정말이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라고 증언. 삼성의 배영수는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때 대만의 열성적인 응원에 대해 "사직구장에서 자주 던져 걱정없다. 사실 사직 경기에 '마' 함성에 부담을 느끼는 투수들도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는 부산팬들에게 고맙다"고 하기도.
당연히 투수뿐만 아니라 벤치에서도 신경이 쓰인다. 혹시 투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 수 밖에 없다. 2010년 준PO 당시 롯데와 상대했던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사직구장에서는 '마~'하는 소리가 무척 신경쓰였다. 그것 뿐만 아니라 관중석 전체가 일방적인 홈팀 응원 분위기인데다, 응원형식도 굉장히 잘 짜여져 있어 원정팀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럽다"고 했었다.
다른 팀 응원단이 상대 응원에 대항하는 응원을 만드는 경우도 '마'밖에 없을 듯. LG는 잠실에서 3루측 롯데팬들이 "마"를 외치면 "왜"라고 되받아치고, 삼성 팬들도 "와(왜의 경상도 사투리)"로 맞불을 놓는다. 그만큼 "마"의 파괴력이 크다는 뜻이다.
사직구장에서 한번이라도 편안하게 견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투수인 임경완은 14년을 보낸 롯데팬들로부터 의미있는 선물을 받은 셈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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