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버텨낼 수는 없었다.
한국 여자농구 최고령 스타인 정선민(38·KB스타즈)이 29년간 정들었던 코트를 떠난다. 정선민은 16일 구단 관계자와 만나 은퇴 의사를 전했고, 18일 이를 선언했다. 정선민은 "떠나야 할 때 떠날 수 있어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KB스타즈는 이달 말 정선민의 은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선민은 한국 여자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지난해 전주원(우리은행 코치)이 은퇴한 후 최고령 선수가 됐던 정선민은 93년 성인무대에 첫 발을 내딘 후 SK를 시작으로 신세계,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을 거치며 팀의 총 9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MVP 7회, 득점왕도 7차례나 올랐다. 지난 시즌 KB스타즈로 옮긴 후 경기당 16.23득점, 5.95리바운드 등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기도 했다.
또 정선민은 16년간 국가대표로도 뛰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의 영광을 함께 했고,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하기도 하는 등 큰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로 풀린 정선민은 원소속팀인 KB스타즈와의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이렇다 할 이적팀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나이와 연봉에다, 최근 신세계팀이 해체되는 등 여자농구계가 위기를 겪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결국 정선민은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픈 꿈을 접고, 정상에서 박수받으며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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