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야구장에서 경기전 감독과 나눴던 얘기가 몇시간 뒤 실전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18일 목동구장에서 넥센 김시진 감독과 투수와 홈런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투수가 경기 초반 한이닝에 7,8점씩 내줄 경우 기분이 어떤지, 장타력이 약하기로 소문난 톱타자에게 홈런을 맞으면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등에 대한 얘기였다.
그 가운데 '홈런 맞는 순간'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김시진 감독은 "나도 현역때 겪어봤지만, 어떤 경우엔 투수가 공을 릴리스하는 동시에 '억'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공을 제대로 채서 던지지 못했다는 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홈런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속으로 '억' 하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몇시간 뒤 비슷한 상황이 청주구장에서 벌어졌다. 이날 한화 선발 박찬호가 7회에 LG 정성훈에게 역전 2점홈런을 허용했다.
박찬호, 타구를 쳐다도 안봤다
6회까지 호투했던 박찬호가 7회에 정성훈에게 2점홈런을 맞는 순간을 돌이켜보자. 명쾌한 타격음이 들리고 정성훈이 1루로 몸을 향하는 순간까지, 박찬호는 타구를 전혀 응시하지 않았다.
보통 투수들이 대형 타구를 내주는 순간이면, 투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타구를 따라간다. 그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박찬호는 정성훈의 타구가 위로 솟구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앞쪽을 응시했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간 뒤 한바퀴 돌아 다시 마운드로 올라올 때가 돼서야 외야쪽을 한번 바라봤을 뿐이다.
두가지 조건이 결합됐기 때문에 이같은 반응이 나왔다. 우선 제구가 가운데로 몰렸다는 걸, 릴리스 직후 박찬호도 확연하게 느꼈을 것이다. 김시진 감독이 "'억' 하는 소리가 나온다"고 했던 바로 그 상황과 유사하다. 또한 정성훈이 배트의 헤드 부분으로 정확하게 가격한 뒤 타구가 박찬호의 머리 위로 솟구쳤다.
게다가 청주구장은 외야펜스 거리가 짧은 '홈런 공장'이다. 굳이 타구가 어디까지 날아가는 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박찬호는 직감적으로 홈런임을 느꼈을 것이다.
그 순간, 홈런임이 확실한 타구가 솟구치는 순간에 박찬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투수코치들은 "결정적인 홈런을 맞을 때, 일순간에 불과하지만 투수는 머리 속으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투수가 홈런을 만날 때
투수 입장에선 홈런 만큼 비참한 상황이 없다. 수비수들 입장에서야 볼넷 남발로 주자가 쌓이는 게 싫겠지만, 투수들은 볼넷을 줘도 적시타만 맞지 않고 막으면 된다는 본능이 있다. 홈런은 꼼짝없이 무장해제 당하는 상황이니 투수로선 최악의 비참한 순간이다.
일전에 투수코치들로부터 "투수가 홈런임을 직감하는 순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시진 감독이 얘기한 것과 비슷했다. 중요 순간에 실투가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미 '망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김시진 감독은 "물론 내가 '억'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해도 타자가 안 치거나 제대로 맞히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타자가 정확한 타이밍으로 스윙을 하면서 배트 궤적이 '번쩍' 하는 것처럼 돌아나오면서 공과 일치할 때가 있다. 그때는 타구를 쳐다볼 필요도 없다는 게 투수코치들의 설명이다.
때론 투수가 공을 던지자마자, 타격음이 나자마자 털썩 주저앉기도 하는데, 바로 이같은 느낌 때문일 것이다. 타구를 쳐다도 안 보면서 스파이크로 애꿎은 마운드 흙만 파는 행동도 비슷하다. 박찬호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타구가 날아가는 동안 이미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마인드컨트롤에 집중했을 수도 있다.
타자가 오히려 '긴가민가' 하는 느낌 때문에 끝까지 타구를 보면서 뛰는 경우가 많다. 타자가 굉장히 창피해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는, 홈런인 줄 알고 오른쪽 팔을 허공에 휘두르며 천천히 뛰었는데 타구가 넘어가지 않고 2루타성으로 결론날 때다. 반대로 투수는, '이건 절대 홈런 아니다'라고 확신을 갖고 쳐다봤는데 타구가 바람 타고 펜스를 훌쩍 넘어갈 때 신경질이 많이 난다고 한다.
김시진 감독은 과거 로페즈가 정수성에게 의외의 홈런을 맞은 뒤, 정수성이 다이아몬드를 도는 내내 쳐다보며 욕했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홈런은 '야구의 꽃'인 동시에 '온갖 사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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