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떨어지면 그들도 움츠려든다.
봄 기운이 완연하다. 녹색 그라운드도 부드럽다. 킬러들의 계절이 돌아왔다. 21일과 22일 전국에 봄비가 예보돼 수중전이 예상되지만 낮 최고 기온이 15℃ 안팎이다. 춥지 않다.
K-리그는 빗속에도 쉼표가 없다. 그라운드의 배수 시설이 잘 돼 있어 웬만한 비에도 끄떡없다. 박진감은 배가된다. 물기를 머금은 잔디와 공이 만나면 속도가 빨라진다. 아무래도 공격적인 팀에 유리하다. 수비는 혼란스럽다. 특히 골키퍼는 낮게 깔아차는 슈팅에는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현재 득점왕 순위 경쟁은 예측불허의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쿠(포항) 라돈치치(수원) 이동국(전북)이 나란히 6골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몰리나(서울)와 김은중(제주)이 5골을 기록 중이다. 이근호(울산)와 주앙파울로(광주) 산토스(제주) 에벨톤(성남)이 4골, 지난해 득점왕 데얀(서울)이 3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멀티골을 터트리면 단번에 구도를 바꿀 수 있다.
데얀은 8일 상주전에서 2골을 터트린 후 "다들 슬로 스타터라고들 하는데 맞는 것 같다. 나는 역시 여름에 잘 뛰는 체질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라운드가 덕 딱딱해서 좋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2011년 K-리그 득점왕의 자격으로 발 프린트를 찍었다. 데얀의 발은 경기도 수원 축구박물관(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운영) 내 '역대 K-리그 득점왕 황금발' 코너에 전시된다.
2년 연속 K-리그 득점왕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황금발 프린팅이 박물관에 전시된다고 하니 흥분된다. 욕심이 생긴다. 다시 한번 황금발 프린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1983년 문을 연 K-리그에서 2년 연속 득점왕은 전무하다. 서울은 21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와 홈경기를 치른다. 데얀은 제주 킬러다. 2008년 서울에 둥지를 튼 후 제주를 상대로 9골-3도움(정규리그와 컵대회)을 기록했다. 지난해 두 차례 대결에서도 2골-1도움을 올렸다.
서울과 제주의 모토가 공격 축구라 흥미롭다. 제주 공격의 핵은 산토스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제주는 공수가 안정돼 있고, 빠른 속도의 공격 축구를 펼친다. 우리는 설명이 필요없다. 수비축구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득점 공동선두 이동국과 지쿠는 정면 충돌한다. 포항과 전북이 22일 오후 3시 포항스틸야드에서 맞닥뜨린다. 이동국은 포항이 고향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얘기가 다르지만 K-리그에선 최근 2경기 연속 침묵했다. 득점포가 절실하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올시즌 K-리그에 발을 들인 지쿠는 14일 제주전에서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그는 교체출전에도 흔들림이 없다.
수원의 라돈치치는 21일 경남 원정에서 나선다. 수원은 1위(승점 19·6승1무1패), 경남은 14위(승점 7·2승1무5패)다. 객관적인 전력차가 존재한다. 라돈치치는 약한 팀에 강하다. 지난달 인천, 강원전에서 각각 2골을 쓸어담았다. 경남전에서도 멀티골을 꿈꾸고 있다.
승리하면 승점 3점인데 비해 무승부는 승점 1점이다. 패전에 가깝다. 축구의 꽃은 골이다. 골을 터트려야 이긴다. 지키는 축구로는 한계가 있다. 팬들도 골망이 흔들리는 순간 희열을 느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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