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아, 나도 있다."
한화-삼성전이 열린 22일 청주구장에서 보기 드문 양대 거포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번 주말 연속경기에서 한국 복귀 후 처음 만난 이승엽(36·삼성)과 김태균(30·한화)이 주인공이다.
경기가 종착점으로 치닫고 있던 8회말. 김태균이 먼저 선방을 날렸다. 3-5로 뒤진 채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태균은 삼성 정현욱의 높은 직구를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한국 복귀 이후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서 950일 만에 홈런을 신고하자 청주구장은 온통 김태균 연호로 가득했다.
하지만 형님보다 나은 아우는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완벽하게 웃은 쪽은 이승엽이었다.
김태균의 홈런 이후 9회초 삼성의 마지막 공격. 1사 3루 상황에서 이승엽이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직전 이닝에서 김태균의 홈런이 나왔던 터라 이승엽에게도 모든 시선이 몰렸다.
관중들의 표정에는 "봤지? 김태균이 한방 날렸다. 이승엽은 얼마나 잘치나 보자"라는 궁금증이 가득했다. 몇 안되는 삼성 응원단은 이승엽을 연호했다.
이전 타석까지 볼넷-뜬공-안타-땅볼을 기록하며 김태균(4타수 3안타 2득점 1타점)과 비교해 다소 열세에 놓였던 이승엽이었다. 게다가 한화가 김태균의 홈런으로 4-5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베테랑답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김태균은 자기 나름대로 스타일이 있는 거고, 나도 나만의 페이스가 있기 때문에 김태균이 홈런을 쳤다고 해서 의식한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찬스가 왔을 때 1점이라도 더 달아나자는 생각에 타격에 임했다는 이승엽은 한화 바티스타의 시속 152㎞짜리 높은 강속구를 오른쪽 담장 넘어로 당겨쳐 110m짜리 홈런을 만들었다.
7-4로 달아나게 만드는 쐐기포였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으로 올시즌 3호를 기록, 홈런 랭킹 3위로 등극하며 홈런 레이스를 가속화 시켰다.
특히 이승엽은 이전 2개의 홈런을 쳤을 때 팀은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곱씹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승리를 견인하는 홈런을 만들어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이승엽의 쐐기포는 삼성에게도 커다란 원동력이 됐다. 4연패 끝에 2연승으로 돌아선 삼성은 디펜딩챔피언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홈런을 너무 의식하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예전 젊은 때에 비해 많은 홈런을 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아직 밀어치는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으니 좀 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 "이제 12경기 밖에 하지 않았다. 120경기쯤 지나서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면서 "5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태균이가 아직 부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청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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