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오기는 하는데…."
제주가 21일 서울전을 끝으로 울산(0대0 무)-포항(3대2 승)-서울(1대1 무)로 이어지는 '지옥의 3연전'을 넘었다. 당초 제주는 1승1무1패를 목표로 했지만, 1승2무로 초과 달성했다. 제주는 리그 2위(승점 18·5승3무1패)를 굳건히 지켜냈다. 시즌 초 목표로 했던 상위리그 진출을 넘어 더 높은 목표를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경훈 제주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강팀을 이겼기 때문에 '올시즌 목표가 우승이다'고 말하는 것은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지는 경기를 비기고, 비기는 경기를 이기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우리가 좋은 분위기로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이어 "아직 초반이다. 15라운드를 돌아보면 윤곽이 나올 것이다. 잘 될 느낌이 오기는 하는데 섣부르게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박 감독은 아직 이룬 것이 없는데 칭찬의 분위기로 이어지면 자칫 선수단이 자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보였다. 그러나 박 감독의 조심스러운 반응과는 달리 제주에는 호재가 많다. 제주는 시즌 개막전 6강(전북, 수원, 서울, 울산, 포항, 성남)으로 지목된 팀들 중 4팀(수원, 울산, 포항, 서울)과 맞붙어 한번도 지지 않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젊은 선수 주축으로 스쿼드가 바뀐 제주로서는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박 감독도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면 향후 스케줄 관리가 편하다. 여기에 선수들이 빠르게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또 두터운 스쿼드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서울전에서도 지금까지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김준혁 오반석이 데뷔전을 치렀다. 오승범 정경호 양준아 등도 중앙 미드필드 공백이 생기면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서울전 최대 수확은 베스트11을 출격시키지 않고서도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1점을 따낸 것이다. 벤치 멤버들이 강팀을 만나서도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무려 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올시즌 제대로 된 백업구축은 각 팀 감독들의 가장 큰 숙제다. 제주는 지옥의 3연전을 통해 백업 멤버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시즌 초반 제주의 성적표는 분명 만족스럽다. 그러나 박 감독은 아직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긴장의 끈은 올시즌 제주 성적표를 결정짓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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