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에서 갈팡질팡했죠. 일단 맞는다고 생각하고 부딪히려구요."
LG 임찬규는 아직 성장중이다. 데뷔시즌 추격조에서 시작해 필승조와 마무리를 두루 겪으며 풀타임 1군 멤버가 됐다. 단 한차례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지만, 연속볼넷으로 무너진 '6.17사태' 등 수많은 성장통을 겪었다. 올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이젠 선발로서 자리잡기 위한 힘겨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임찬규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힘 분배'. 이는 모든 유망주 투수들이 갖는 고민이다. 프로에 데뷔한 뒤 곧장 선발 로테이션에 들기란 하늘에 있는 별을 따는 것도바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대형 신인들이 사라진 최근 현실에 비춰보면 더욱 그러하다. 1군에 빨리 데뷔한 신인투수들은 대부분 불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싱싱한 어깨, 생소한 볼. 중간계투로서 통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짧은 이닝만 책임지면 되기에 언제나 전력 투구다.
이 과정에서 가능성을 보인 투수들 중 일부는 선발 수업을 받게 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불펜투수로 남는 것보다 선발로 가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 때다. 임찬규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간에서 던지다 온 유망주들은 큰 벽에 부딪힌다. 본인 스스로 어찌 해야 할 줄 모를 때가 있다. 임찬규 역시 체력안배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24일 선발등판에 앞서 만난 임찬규는 "완급조절과 전력투구 사이에서 고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임찬규는 첫 등판이었던 11일 잠실 롯데전에서 길게 던지기 위해 완급조절을 했다고 말했다. 기록은 5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10피안타 1볼넷 3실점(2자책). 볼넷이 1개밖에 없었고 실점도 적었지만, 안타를 너무 많이 맞았다. 무엇보다 공이 너무 가벼웠다. 직구의 볼끝이 무딘 탓에 변화구의 위력도 사라졌다. 또한 제구가 높게 형성되며 타자 눈높이로 치기 좋게 들어가는 공이 많았다.
임찬규는 잠시 뒤 "그래서 17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작년에 중간에서 던질 때처럼 던져봤다"고 했다. 지난 경기 때 지나치게 완급조절을 한 탓에 공에 위력이 없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4이닝 7실점. 4회말에만 5실점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홈런 1개를 포함해 9개의 안타를 맞았고, 볼넷과 사구를 하나씩 기록했다. 임찬규는 "그렇게 던지니 3회가 지나니까 힘이 쭉 빠졌다. 공이 처지는 게 느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완전히 상반된 태도로 임한 2경기. 결과는 모두 좋지 못했다. 앞으로는 어떤 노선을 취할까. 임찬규는 "체력을 만들라는 말과 완급조절을 하라는 말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체력을 200%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일단 맞는다는 각오로 부딪히겠다. 정면으로 붙어 맞으면서 느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급조절 없이 무작정 던지는 건 아니다. 공을 던지면서 자연스레 힘을 빼야할 때를 터득하겠다는 생각이다.
두산의 허리를 책임졌던 이용찬과 임태훈은 올시즌 선발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연일 호투하며 두산의 3,4선발로 확실히 자리잡는 모습이다. 이들 모두 단시간에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LG 코칭스태프 역시 조급함 없이 임찬규를 바라보고 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이런 임찬규를 어떻게 지도하고 있을까. 차 코치는 "성장중인 찬규가 이런 문제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른 투수들도 겪었던 일"이라며 "나는 물론이고, 정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기 스스로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불펜 피칭 시에도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칭찬해주고 있다. 임찬규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당당함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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