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잘못하면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
김기태호가 순항중이다. LG는 23일 현재 7승4패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김 감독은 "이제 겨우 11경기 했을 뿐인데…"라며 말을 아끼지만 군데군데서 노련한 모습도 보인다.
김 감독은 그 누구보다 어려운 비시즌을 보냈다. 팀 내 FA(자유계약선수)들은 모두 떠나갔고, 경기조작 파문으로 믿었던 선발투수들까지 잃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개막 전 "남들이 불쌍하게 보는 팀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두려워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시즌 초반, LG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전혀 불쌍하지 않은 팀이 됐다. 치열했던 지난 겨울, 여기에 철저한 내부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 감독은 "사실 초반에 좋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대 이상으로 잘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듯 했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가슴을 졸였던 경기는 언제였을까. 김 감독은 KIA와의 3연전 중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지난 13일부터 열린 KIA와의 3연전. LG는 앞선 2경기를 모두 패했다. 시즌 첫 '스윕(Sweep)'의 위기에 처한 순간. 하지만 LG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5대3으로 승리했다.
단순히 3연전을 모두 뺏기느냐가 달린 게 아니었다. 김 감독은 "그 전날 2차전에서 졌지만 투수를 아낀 게 도움이 됐다. 선발 이대진이 초반에 무너졌지만, 최대한 길게 던져주면서 불펜투수를 3명만 쓸 수 있었다"며 "다음 날 투수를 아낀 덕을 봤다. 총력전을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로 김 감독은 투수 운용에 있어 또하나를 얻은 듯 했다. 감독이 조급해 하다 보면 당장 그날 경기 뿐만 아니라, 수많은 경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15일 경기가 선수들이 가장 잘해준 것 같다. 상대팀들이 보는 이미지가 달라진 경기가 아닐까 싶다"며 "이틀 전 16연속 볼로 무너진 리즈가 2점차를 막아낸 것도 컸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가장 편안하게 본 게임은 언제였을까. 김 감독은 "4대1로 승리한 20일 SK전이 가장 편했다. 우리가 생각한대로, 정석대로 흘러갔다. 큰 수확이었다. 나머지 게임도 돌이켜보면, 개막전이 가장 편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땐 선수단 분위기만으로도 어떻게 해볼 수 있을 때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쉬운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위기는 당장 내일부터 올 수도 있다. 그날 그날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최악을 고려한다. 감독은 방어적인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분위기에 취해 헤이해지는 것도 경계하고 있었다.
물론 긍정적인 시선도 갖고 있었다. 김 감독은 "이번주 넥센, 롯데와의 경기를 잘 치르고 두산과의 어린이날 3연전까지 잘 치르면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모든 팀과 한번씩 만나게 되는 만큼 2주 뒤에는 어느 정도 판단이 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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