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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LG에 없는 한 가지, 벤치의 볼배합 사인

by 이명노 기자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경헌호와 사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LG 포수 심광호(왼쪽).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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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LG에 없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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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벤치의 볼배합 사인이다. LG 김정민 코치는 포수에게 볼배합 사인을 내지 않는다. 베테랑 심광호는 물론, 2년차 포수 유강남도 본인 스스로 볼배합을 낸다고 한다. 궁금함이 생겼다. 유강남은 경기 도중 수시로 벤치를 쳐다본다. 보통의 팬들은 경험이 부족한 유강남이 벤치에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엔 투수에게 어떤 공을 요구할까요'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주자가 나갔을 때 견제할 방법 혹은 타자의 성향에 따른 수비 위치 등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김 코치는 "포수는 내야 수비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다. 작전을 체크하기 위해 벤치의 사인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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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함이 생겼다. 오랜 시간 백업포수로 활약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심광호는 둘째치고, 경험이 없는 유강남은 벤치에서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닐까. 김 코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분명한 철학이 있었다.

"벤치에서 볼배합 사인을 내주면 그 포수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김 코치는 이를 강조했다. 벤치만 따라가다보면 반쪽짜리 포수, 혹은 빈껍데기에 불과한 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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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코치는 "덕아웃 사인만 따라간다면 당장은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계속될수록 보람도 없어지고, 나중엔 책임감마저 사라지게 된다"며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부딪히면서 본인이 괴로워해야 한다. 실패를 복기하다보면 팀에 미안한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게 좋은 포수로 성장할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포수가 본인의 의지대로 사인을 내야 하는 이유는 또하나 있었다. 김 코치는 "아무리 밤새 공부하고, 빠르게 경기운영을 계산한다해도 경험이 없는 포수는 투수가 신뢰하지 않는다. 동갑내기 친구인 (임)찬규도 강남이를 믿고 던졌지만, 중요한 순간엔 자기 판단으로 갔다"며 "포수가 제공한 사인이 성공을 거듭할 때 신뢰가 쌓이게 된다. 벤치에서 사인을 내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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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남은 올시즌 팀의 치른 11경기 중 4경기에서 주전포수로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11일 잠실 롯데전(선발 임찬규 5이닝 3실점(2자책)) 14일 잠실 KIA전(선발 이대진 3⅓이닝 6실점(5자책)) 17일 청주 한화전(선발 임찬규 4이닝 7실점) 모두 선발투수가 부진했다. LG가 패한 4경기 중 3경기다.

결과가 좋지 못하니 풀이 죽을 만도 했다. 하지만 유강남은 18일 한화전 6대1 승리를 이끌며 자신감을 찾았다. 선발 김광삼은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김 코치는 당시를 떠올리며 "강남이한텐 첫 승이었다. 정말 뿌듯해 하더라"며 웃었다.

김 코치는 "우리 포수들에게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 있다. 난 그때마다 포수들이 평상심으로 경기를 치르도록 돕는게 내 역할"이라고 밝혔다. 어머니 같은 김 코치의 따뜻한 지도 속에 미래의 LG 주전포수가 성장하고 있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17일 청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4회말 2사 2루 이대수가 강동우의 안타때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되고 있다. LG 포수 유강남.청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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