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성품이 온화하고, 조용하면서 쉽게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다. 웬만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면 때로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가려서 조심스럽게 한다. 그렇다고 말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과거 사례와 선수시절 경험, 포지션별 특성, 야구 매커니즘까지 두루 해박하게 설명을 쏟아낸다.
이런 김 감독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는 게 김병현의 1군 데뷔 시기다. 선수는 뛰고 싶어하는데 감독은 "좀 더 기다리라"고 한다.
지난 1월 말 넥센의 미국 스프링캠프에 김병현이 합류한 이후 3개월이 흘렀다. 김병현은 지금까지 세 차례 시범경기와 퓨처스리그 연습경기, 퓨처스리그 공식 경기에 등판했다. 편차가 있었지만 직구 최고 시속이 145km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본인이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싶어한다.
지난 18일 두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김병현은 3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5안타를 내주고 5실점(3자책점)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첫 실점을 한 김병현은 "맞더라도 1군 경기에서 맞고 싶다"며 1군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변화구 제구력에 문제가 있었으나, 구위를 시험해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김 감독은 정민태 투수코치로부터 김병현을 1군에 올리자는 건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금 공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던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상없이 풀시즌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 1군에 올라오면 부상없이 등판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김병현이 등판했을 때 성적보다 다음날 몸 상태부터 챙긴다. 피로 회복 속도는 어떤지, 부기는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등판 다음날 어깨나 팔꿈치가 뻐근할 수 있으나 부기가 있으면 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이 김병현에 대해 신중한 것은 긴 공백 때문이다. 라쿠텐 소속이었던 지난해 김병현은 제대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최근 2~3년 간 정상적인 선수생활을 했다고 볼 수 없다. 김 감독은 비록 지금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도, 오랜 공백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김 감독은 투수의 근육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만든 것과 공을 던져 생긴 그것이 다르다고 했다.
현역시절 124승 73패, 평균자책점 3.12, 67완타를 기록한 김 감독은 레전드급 투수였다. 통산 다승 8위, 평균자책점 11위, 완투 5위에 올라 있다. 김병현의 1군 조기 합류 반대에는 이런 선수 시절 의 풍부한 경험과 코치, 감독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반영돼 있다.
김 감독은 투수코치로서 정명원(두산 코치)과 정민태(넥센 코치)의 부상과 수술, 재활훈련, 복귀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수술을 받은 정명원이 재활치료와 훈련을 거쳐 6개월 만에 복귀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때 본인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고, 병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다시 몸이 말썽을 일으켰다. 결국 5~6개월이 지난 뒤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정민태도 2005년 어깨 수술 후 재활훈련을 거쳐 22개월 만에 복귀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정명원과 정민태, 두 선수도 불펜이 지겹다며, 글러브를 내던지며 1군에 올려달라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고 했다. 성급하게 결정해 낭패를 보는 것보다 느긋하게 황소걸음으로 준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김병현은 25일 청주구장에서 열리는 퓨처스리그 한화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두산전에서 64개의 공을 던진 후 7일 만의 등판이다. 김 감독은 김병현의 상태가 좋으면 등판 간격을 좁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1군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김병현 등판 일지
순서=날짜=장소=경기성격=상대=성적=투구수=직구 최고 시속
1=3.29=부산=시범경기=롯데=1⅔이닝 1안타 무실점=43=145km
2=4.4=구리=2군 연습경기=LG=4이닝 무안타 5탈삼진 무실점=56=141km
3=4.18=목동=2군 경기=두산=3이닝 5안타 2탈삼진 5실점(3자책점)=64개=14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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