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라고 다 같은 왕이 아니다.'
신세대 스타 유아인이 안방극장 남자주인공의 모습을 새롭게 구현하고 있다.
20대 젊은 남자배우라면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는 멋진 캐릭터를 맡아 뭇 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싶은 게 속내일 터.
현빈, 차승원, 김수현 등 안방극장 신드롬의 주인공은 재벌2세, 본부장님, 실장님, 톱스타 그리고 궁중 판타지 사극 속 젊은 왕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SBS 월화극 '패션왕'에서 유아인은 그야말로 비호감 캐릭터 강영걸을 연기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젊은 여성팬들을 대거 거느린 유아인이 아니었다면 엄청난 공분을 감당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강영걸은 동대문 시장에서 행상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고모 밑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자란 인물. 제 밥벌이를 위해 어릴 적부터 잔뼈가 굵은 동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며 대망(大望)을 품고 살아가는 젊은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강영걸은 가난한 여직원 이가영(신세경)을 어르고 달래 등쳐 먹는 파렴치한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여주인공 가영과 최안나(권유리) 사이를 오가며 잇속을 챙기는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유아인은 그런 강영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멋있는 척 안 해서 좋고, 판타지에서 벗어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어서 좋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찌질하고 양아치 같다라는 평가가 있지만 주눅 들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붙일 생각"이라며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남자주인공으로 봐달라. 모든 인간은 이면에 찌질함을 갖고 있다. 강영걸 같은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배우로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고 말했다.
유아인의 이 같은 반응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유아인의 행보는 비슷한 시기, 또래 연기자인 이승기와 박유천이 대한민국 왕제와 조선시대 왕세자 역을 맡아 수많은 여성시청자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고 있는 모습과 궤를 달리한다. 연기 경험이 앞선다고 하지만 배우로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작가가 유아인 안티냐'라는 글을 봤는데 시청자들은 남자주인공이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봐요."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앓이'로 대박을 터트린 유아인이 여성팬들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게 진심이라면 진정한 배우 유아인의 모습을 확인한 셈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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