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성장력이다. '괴물'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한화 에이스 '괴물' 류현진이 드디어 첫 승 사냥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26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 허용하면서 1볼넷 11삼진을 곁들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지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7로 호투하면서도 타선의 침묵 속에 단 1패 밖에 거두지 못했던 불운을 말끔히 털어낸 완벽에 가까운 호투였다.
사실 7이닝 3안타 무실점의 내용은 류현진에게 그리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성적이다. 2006년 데뷔 후부터 완성형 선발로 '이닝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류현진은 지금껏 완투 16차례에 완봉 9차례를 기록해왔다. 쉽게 말해 류현진에게 7이닝 무실점은 평균을 약간 웃도는 정도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통해 류현진은 또 다른 진화를 보여줬다. 지난 3경기에서의 무승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서 과감히 새로운 구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선발 류현진이 또 발전을 추구했다는 점이 실로 대단하다.
서클체인지업의 명수 류현진, 슬라이더를 꺼내들었다.
이날 류현진은 총 103개의 공을 던졌다. 역시 주무기는 최고 151㎞까지 나온 직구. 류현진은 총투구수 중 61%에 해당하는 63개의 직구를 던졌다. 직구 비중이 약간 높았다고 할 수 있지만, 예전과 크게 다름 없는 패턴이다.
그런데 이날 류현진이 던진 구종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슬라이더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류현진은 이날 15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자신의 두 번째 무기인 서클체인지업(16개)과 비슷한 비율이었다. 지금까지 류현진은 직구 위주에 체인지업을 두 번째 구종으로 많이 던져오던 투수다. 슬라이더는 그다지 많이 구사하지 않았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던 지난 3월31일 KIA전 때는 6회까지 65개의 공을 던졌는데 슬라이더는 단 6개(직구 38, 체인지업 12)만 던졌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19일 청주 LG전에서도 류현진은 115개의 투구 중 슬라이더는 직구(61개)-체인지업(23개) 보다 훨씬 적은 16개만 던졌다. 커브(15개)와 비슷한 비중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직구 비중은 비슷했지만,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중을 줄이고 슬라이더를 늘렸다. 투구 패턴을 바꿔 상대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면서 새로운 무기로 슬라이더의 효용성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왼손투수 류현진이 던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간다. 반대로 우타자의 입장에서는 무릎 쪽으로 급격히 파고들게 된다.
결국 새로운 무기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인해 KIA타선은 큰 혼란을 겪으면서 이날 7회까지 3개의 안타밖에 뽑지 못하고 말았다.
진화의 노력, 괴물을 더 세게 만들었다.
그런데 류현진은 대표적으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맞춰진 폼을 갖고 있는 투수다. 팔 각도가 높아서 체인지업이나 커브 등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더 적합하다. 그래서 류현진도 아마추어 시절 직구-커브 패턴에서 한화 입단 후 서클체인지업을 배워 자신의 무기로 장착했다. 이후 몇 년간 류현진은 슬라이더는 거의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라이벌 윤석민이 슬라이더로 큰 효과를 보자 류현진도 슬라이더의 효용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슬라이더는 빠른 스피드와 횡변화 궤적으로 인해 왼손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투구폼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쉽게 던지기 힘들다.
그래서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를 해냈다. 이날 KIA 타자들은 류현진이 던지는 생소한 슬라이더에 연신 헛스윙을 하거나 선 채로 삼진을 당했다. 류현진은 "얼마 전부터 슬라이더의 각이 잘 꺾여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필요할 때는 던지겠다"면서 "첫 승을 거둔 만큼 연승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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